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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지증권을 리딩투자증권에 팔아도 지금까지 투자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손해라고 주장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BIH가 그동안 한국에 투자한 게 2억5천만달러쯤 되는데, 해동화재나 경수종금 등은 거의 실패했다. 그것을 브릿지증권을 팔아 다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브릿지증권에서 투자원금 이상을 고율배당과 유상감자로 다 빼갔다. 우리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유상감자나 LBO(후불제외상인수) 방식의 브릿지증권 매각을 범죄행위라고 보는 것은, 그 의도와 결과 때문이다. 똑같은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유상감자를 하거나 합병을 한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회사 자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거덜 날 정도가 된다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리딩투자증권과의 합병에서는 합병 비율도 문제가 된다. 브릿지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의 가치를 비교하면 20대 1 정도가 된다. 그런데 합병 비율은 리딩투자증권을 고평가해 1대 0.518로 결정했다. 매각대금도 브릿지증권의 자산을 팔아 나중에 갚으면 된다. 금감위에서 합병 이후의 재무 건전성, 특히 영업자산 건전성에 회의적인데, 상식적으로 봐도 합병승인이 나서는 안 된다. 리딩투자증권의 박대혁 사장은 현재 주주들의 고발로 중앙지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개인적인 선물거래의 손실을 회사가 떠안게 하는 등 횡령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밀려나,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 상황에 몰리자 박대혁 사장이 BIH와 손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합병 비율을 리딩투자증권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산정하고, 그것으로 입막음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수자의 적격성에도 문제가 있다. - BIH의 공언대로, 브릿지증권을 청산하는 것이 가능한가?
= 이번 사태는 우리 법조계, 경제계에 초유의 일이다. 이익을 내고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회사를, 그것도 개인회사도 아니고 상장회사를, 대주주의 자본 철수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상장회사는 어느 한순간의 주주만의 것이 아니다. 주식은 계속 주인이 바뀌지 않나. 모두가 일시적인 소유자일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주체들은 상장돼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속 가능성을 신뢰한다. 그런 전제에서 이해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신뢰를 하루아침에 전부 배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산권 행사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만약 브릿지증권을 실제로 청산한다면, 명백하게 공공복리에 반하는 것이며, 시장을 혼란시키는 행위다.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의 합병 당시, 일은증권의 규모가 훨씬 더 컸다. 현재 브릿지증권의 자산 대부분이 일은증권의 자산인 셈이다. BIH가 대주주가 돼 사업을 해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꿔 말해 앞의 주주에 의해, 그 회사의 역사 속에서 축적돼 온 자산들이다. 자기가 잠시 주인이 됐다고 해서 다 팔아치우고 가져가겠다는 것은 재산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청산을 하면 브릿지증권의 근로자들은 또 어떻게 되나. 노동법에서도 합리적이 이유 없이 공장을 폐쇄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불법행위가 된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방적인 청산을 막을 수 있는 법률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어떤 뜻인가?
=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부작용은 이미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론스타가 국내에서 주로 해온 영업활동이 M&A다. 론스타의 계열회사들이 모두 자산유동화 전문 회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M&A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은행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은행은 거래 기업의 영업 비밀부터 재무 비밀까지 다 알게 된다. 신규 사업에 투자하려고 해도 은행에 가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이 걱정을 안 하는 이유는 은행은 M&A를 안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외환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고 있는 기업은 전부 론스타 앞에 발가벗고 있는 것과 같다. 론스타가 그 정보를 순진하게 자기 이름으로 써먹겠나. 엄청나게 가치가 있는 그런 정보를 탐내는 M&A업체도 많고, 사모펀드도 많다. 굳이 자기 이름 내세워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런 거래는 국내에서 할 필요도 없다. 외국에서 하면 잡을 방법도 없다. (외환은행측은 론스타와 자신들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수 이후에 50억원 이상 여신에 대해서는 직접 와서 별도로 실사를 다 했다. 그때 참여했던 사람이 돌아가 M&A 업무를 한다면 그게 바로 정보 유출이다. 우리가 대한통운과 동아건설 문제로 싸운 것은 론스타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M&A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은행을 사모펀드에 넘긴 폐해는 앞으로 엄청날 것이다. - 그동안 외국 자본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은 국내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못해 왔기 때문 아닌가?
= 이쪽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형 법무법인에 있다. 외국 자본은 그들의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다. 외국 자본과 등을 돌리고라도 이런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법률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금융분야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에서 한번 그들과 척지기 시작하면 매장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 자본의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폐해를 생생하게 체험해 본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진로사건을 맡게 된 것도 사실 장진호 전 회장측에서 찾아와서 하게 된 것이다. 장 전 회장은 김&장이나 대형 법무법인에 대해 엄청난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자기 대리인으로 믿었는데 어느 날 외국 자본의 대리인으로 돌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인권변호사 집단을 찾아왔던 것이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 가운데는 아직도 외국 자본 문제를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재벌 개혁이 더 중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외국 자본은 연합군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글 |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 |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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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1994년 사법연수원 제23기 수료
1996년 한국해사법학회 이사
1998년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부장
2000년 정민종합법률특허사무소
2002년 법무법인 덕수 구성원변호사 겸 변리사
2004년 법무법인 정민 구성원변호사 겸 변리사
투기자본감시센타 고문변호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타 운영위원장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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