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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시장이 안개로 뿌옇게 뒤덮여 있다. 물가상승률은 5%에 육박하는데 은행금리는 여전히 3%대에 머무르고 있다. 연초에 1000 고지를 탈환해 의기양양했던 종합주가지수는 힘없이 900대 초반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비롯된 부동산시장의 상승 열기도 정부의 강경대책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투자여건이 이렇다 보니 적잖은 투자자들이 여윳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펀드, 선박펀드, 파생 상품 펀드 등이 대안 투자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안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이외의 투자 대상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들 대안 투자는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원금 보장에 가까운 안전성과 함께 은행 예금금리 2배를 웃도는 연 6~7%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올 들어 대안 투자 상품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안 투자 상품 수탁고는 5월11일 현재 13조2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월 간접자산운용법 실시 이후 1년 만에 무려 13배나 늘어난 셈이다. 전체 간접 투자 상품 수탁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6%에서 6.7%로 껑충 뛰어, 올 초부터는 대안 투자 상품 수탁고가 주식형 펀드를 앞질렀다. 현재 순수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5.9%이다. 전문가들은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되면서 안전 자산을 선호하던 투자자들이 비교적 덜 위험한 펀드 상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부동산펀드 | 미분양 가능성·공실률 등 따져봐야
주부 손명숙(34)씨도 올 들어 대안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 그도 부동산펀드에 가입해 볼까 고민을 했었다. 투자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손씨는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얼마 전 손씨는 거래하고 있는 증권사 직원과 전화상담을 하면서 부동산펀드를 권유받았다. 투자는 서울시내 아파트 건축 시행사에 시공비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수익으로 나눠주는 형식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자와 원금을 6개월마다 나눠 주는 3년짜리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손씨는 요즘 금리도 낮고 주식시장도 조정을 보이고 있어 다른 대안 상품을 찾고 있던 차라 귀가 솔깃했다. 특히 적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수익률도 7%로 거의 확정적이라고 해 마음이 끌렸다. 게다가 시공사가 채무보증을 서준다고 해 투자 위험도 적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투자하는 상품이므로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 상품제안서를 전자우편으로 받아 보았다. 그는 10페이지 약간 넘는 상품제안서를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도통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낯설고 딱딱한 글자로만 다가왔다. 하지만 여러 번 읽어보니 정보가 서서히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투자 대상 아파트의 위치나 규모, 평당가격 등을 따져보고 제일 마지막에 있는 투자 유의사항도 살펴봤다. 전화로 막연하게 상품정보를 들을 때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행사가 비교적 잘 알려진 건설사라 큰 위험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역과 분양가구수, 평당가격 등을 볼 때 미분양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위험을 안고 투자하기에는 연 7% 수익률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판단에 따라 손씨는 이 상품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은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투자 뒤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대안 투자 상품에는 매력만큼이나 투자 위험도 있다. 김두환 CJ자산운용 AI팀 과장은 "개별상품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의 위험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금리 2배에 가까운 고수익 매력이 있지만 대신에 여러가지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안 투자 상품은 대개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적배당’ 상품인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 원금을 손해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대안 투자 상품에 투자할 때는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를 꼭 함께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 실물펀드인 부동산펀드는 건설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가 대부분이다. 대개 2~3년을 만기로 연 7% 안팎의 목표수익률을 거의 확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겹겹의 보증장치가 있어 주식형 펀드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은 대상 부동산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실분양률이 낮은 경우엔 원리금의 회수가 늦어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어떻게 투자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주택 신축사업일 경우에는 미분양 가능성, 빌딩 등에 투자하는 경우는 공실률이나 입지조건 등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대부분의 펀드처럼 운용사를 잘 골라야 한다.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공사의 건실도도 따져봐야 한다. 시공사 부도 등으로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경매·공매 등 시가 대비 저평가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매펀드는 물건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목표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려면 우량한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10억원 미만의 작은 건물을 많이 낙찰하면 관리가 어려우므로 낙찰가 100억~200억원대의 5~6개 정도가 적당한 편이라고 한다. 선박펀드 | 만기 7~10년, 중도 자금 회수 어려울 수도 선박펀드는 선박을 사서 해운회사에 빌려주고 임대료(용선료)를 받아 나눠주는 형태의 상품이다. 선박이란 실물이 투자 대상이고 임대수익금을 분기마다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셈이다. 선박펀드는 10년 만기 동안 5.8~6.5%라는 비교적 높은 고정 수익률에 배당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연 5% 후반의 고정 수입이 거의 보장되는 선박펀드도 부담은 있다. 우선 만기가 7~10년으로 너무 긴 편이다.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거래가 많지 않아 중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배를 빌려간 해운업체가 파산하거나, 만기 때 배를 처분하거나 재용선할 때 경기가 좋지 않으면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선박펀드에 투자할 때는 선박을 임대하는 해운회사가 얼마나 안정성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물론 최악의 경우 선박을 팔거나 보험 등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는 있다. 이럴 경우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ELS | 중도 환매 시 손실 커…여유자금 투자를 최근 거의 매주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주가지수연계증권(ELS)도 대표적인 대안 투자 상품으로 꼽을 수 있다. ELS는 안전한 우량 채권으로, 원금을 보존하면서 자산 일부를 주가지수옵션 등을 통해 고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이때 주가지수옵션은 상승형과 하락형, 혼합형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옵션투자에는 실패하더라도 채권투자에서는 손실을 보존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ELS 역시 실적배당형 상품이므로 주가가 빠지면 원금손실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주가지수나 개별종목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조건과 거꾸로 움직이면 몇 년 투자해도 원금만 가져가거나 원금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조기 상환에 따른 목표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은 상품은 반대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요건이 그만큼 까다롭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개 주가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움직여주면 원금은 보장이 된다. 하지만 파생 상품 거래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면 주식투자 이상의 위험을 안고 채권투자보다도 낮은 수익을 낼 수도 있는 셈이다. 즉 위험은 있으면서 수익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입 전에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상품의 투자 종목, 만기, 평가일 주기, 목표수익률, 원금보장조건, 조기 상환 여부 등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중간에 환매할 경우 손실이 크므로, 장기적으로 돈을 묶어둬도 여유가 있는지에 대해 미리 따져보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최근 주식·채권·부동산·실물지수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파생 펀드인 멀티에셋펀드도 선보이고 있다. 이 펀드는 직전 분기에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 비중을 다음 분기에 50%까지 확대하는 운용전략을 쓰고 있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있지만 자산가격의 변동 사이클이 짧을 때는 계속 쫓아가는 투자를 해 손실이 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안 투자 상품은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우재룡 대표는 "자신의 자산구성부터 따져 주식, 채권, 대안 투자 상품 등 다양한 상품에 위험을 적절히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한창 자산을 불릴 40대의 경우 부동산, 채권, 주식을 5:3:2 비율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 채권자산에는 은행 정기예금, 대안 투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상품의 구조를 꼼꼼히 따져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드러나지 않은 위험에 대한 이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운용 실패도 있을 수 있으므로 자신이 감내할 수 있을지를 먼저 판단하고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3%대 확정금리 예금상품만 고집해 수익을 내기란 우물가에서 숭늉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소극적인 투자만을 고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가져보자. 그러면 ‘안정적 수익’이란 황금물고기를 낚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현숙 기자 hslee@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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