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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3 19:05 수정 : 2005.05.23 19:05

스톡홀름에서 17㎞ 떨어져 있는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 시스타. 총면적 66만평 규모에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 노키아, 인텔 등 크고 작은 650여개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세계 무선통신기술의 메카로, ‘와이어리스 밸리’로 불린다. 시스타 제공



기업·대학·정부 한데 모여 똘똘

세계 2위 정보통신단지 ‘로그온’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삭막한 군사훈련장이었던 시스타가 사이언스 시티로 탈바꿈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은 전체 스웨덴 경제의 ‘성장엔진’이 됐습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막달레나 보손은 인구 900만명의 작은 나라 스웨덴이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시스타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고 말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17㎞ 떨어져 있는 시스타. 산업과 연구기능이 몰려있는 이 도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이은 세계 2위의 정보기술단지로, 무선통신기술의 메카로 불린다. 전 세계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주목하는 혁신 클러스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총면적 61만평인 시스타에는 에릭슨을 비롯해 아이비엠, 마이크로소프트, 스카니아, 노키아, 오라클, 인텔, 텔리아 같은 세계적 기업을 포함해 650여개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시스타의 홍보이사인 마르타 산덴은 “입주기업들 가운데 약 40%가 정보통신 분야”라고 말한다. 시스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에릭슨의 8천명을 포함해 6만5천명에 이른다. 시스타는 유럽형 이동통신방식(GSM)과 대표적인 무선이동통신기술인 ‘블루투스’를 포함해 350여종 이상의 세계 정상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시스타가 ‘와이어리스 밸리(Wireless Valley)’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컴퓨터로 특화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빚대어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도 한다.

에릭슨 IBM 노키아등 650개 기업 ‘둥지’

스웨덴 왕립공대 IT인력 배출 산파역

벤처 창업등 성장동력 육성 유기적 협력

시스타는 70년대 초만 해도 군사훈련장이었다. 스톡홀름시의 확장으로 훈련장이 옮겨가면서 개발됐다. 1975년 대규모 땅을 물색하던 에릭슨은 이곳에 무선통신 관련 사업본부와 연구소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아이비엠과 두 개의 스웨덴 기업이 합류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에릭슨이나 아이비엠과 사업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시스타의 모양새가 갖춰졌다.

그러나 시스타가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시스타가 묻히는 무덤의 마지막 관이 될 것이다.” 2001년 북유럽에서 오피스빌딩으로는 최대규모인 지상 34층의 시스타 타워를 착공할 때 세계 언론들이 비아냥거린 말이다. 당시 이미 진행된 정보통신 경기의 침체와 맞물려, 시스타도 끝장 아니냐는 것이었다. 실제 에릭슨은 직원 수를 2만5천명에서 8천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생산공장마저 철수시켰다. 수많은 군소업체들이 도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해부터 시스타는 다시 힘차게 부활하고 있다. 마르타 산덴 홍보이사는 “에릭슨의 공백을 다른 기업들이 메웠고, 에릭슨도 2003년 9월 아예 본사를 시스타로 옮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공된 시스타 타워는 처음에는 기업들의 입주가 부진해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50%가 찼고, 올해 안으로 100%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시스타가 위기를 딛고 세계적 클러스터로 성장한 비결은 기업과 학교, 정부의 3자간 유기적 협력 덕분이다.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에릭슨은 시스타 발전에 선도역할을 했다. 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의 배상범 과장은 “스웨덴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에릭슨의 뛰어난 기술력과 수요가 협력업체들을 시스타로 끌어들였고, 이것이 다른 중소기업과 벤처들로 확산됐다”고 말한다. 대학쪽에서는 스웨덴왕립공대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스웨덴왕립공대는 1988년부터 시스타에서 학과를 운영하며, 민간기업에서 필요한 연구인력과 벤처기업인을 배출하는 산파역을 했다.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이 공동설립한 정보기술(IT) 대학은 산하 20여개 연구소에서 산합협동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스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은 4천명에 이른다. 에릭슨은 이들 대학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990002%%


시스타의 운영을 맡고, 산학협동의 매개역할을 하는 일렉트룸 재단도 에릭슨과 스웨덴왕립공대, 스톡홀름시 등 산·학·정 3자 대표들이 함께 주도한다. 일렉트룸의 자회사인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주식회사는 산학정 협력을 증진하고, 시스타를 매력적인 창업지로 가꾸며, 시스타 내부의 네트웍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자회사인 시스타 혁신성장 주식회사는 벤처기업의 창업촉진을 위해 인큐베이터, 비즈니스센터, 벤처자금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릭슨의 부회장이자 일렉트룸 재단의 회장을 지낸 얀 우덴펠드트는 “일렉트룸 재단과 두 개의 자회사들은 기업과 대학, 시정부 간 협력에서 허브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시스타는 현재의 사이언스 파크 수준에서 본격적인 사이언스 시티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0년까지 기업, 대학, 연구소, 주거환경, 문화시설, 쇼핑센터 등을 두루 갖춘 세계적 수준의 자족적 과학도시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스톡홀름시의 재정국장이자 일렉트룸 재단의 부회장인 애니카 빌스트롬은 “시스타를 강력하고 장기적인 스웨덴의 성장엔진으로 계속 발전시키는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시스타(스웨덴)/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클러스터란?

기업 지원기관 네트워크…지식·기술 경쟁력 높여

클러스터는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 같은 기업과, 대학· 연구소· 금융이나 법률 회계법인 같은 각종 지원기관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통한 상호작용으로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특정지역을 말한다. 클러스터에서는 관련기업과 기관들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직접 접촉을 통한 정보교류와 지식창출의 흐름이 원활하고 동종업체간 경쟁압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서 혁신이 중요한 지식기반 시대에 지역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1990년대 초부터 혁신 클러스터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 사례로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스웨덴의 시스타와 핀란드의 울루, 컴퓨터 분야의 미국 실리콘벨리, 세계 최강의 자동차클러스터인 일본의 도요타시, 중국의 실리콘벨리인 중관춘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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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집적 효과…자족형 과학도시 보인다”

마르타 산덴 시스타 홍보이사

“시스타는 단순히 생산과 연구개발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과 주거, 문화, 여가, 휴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과학도시가 될 것입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주식회사의 홍보이사인 마르타 산덴은 시스타의 미래와 관련해 생동감, 성장성과 함께 자족성을 3대 핵심요소로 강조했다.

-시스타의 성공요인을 꼽는다면?

=먼저 클러스터의 집적효과이다. 관련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모여 바로 의견교환을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지원효과인데, 인큐베이터 등을 통해 창업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지리적 위치도 중요하다. 시스타는 금융 중심지인 스톡홀름에 인접해 있다.

-시스타와 실리콘밸리를 비교하면?

=산학연 3자가 협동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연구기능 중심이라면, 시스타는 모든 것을 갖춘 자족도시를 지향한다. 우리는 시스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시스타 내 갤러리아는 북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통상가이다.

-한국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서 시스타 같은 산업 클러스터에 관심이 많다.

=기업과 대학, 정부 모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주제를 잡아야 한다. 또 입지도 경제와 다른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기업만 생각하면 장기발전이 어렵다. 교육과 금융 등 다른 지원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시스타를 모델로 한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정부 지원은 물론 개발이익까지 요구하는데.

=시스타가 기업들에게 혜택을 준 것은 전혀 없다. 입지 자체의 이점 때문에 스스로 들어온 것이다. 스톡홀름·시스타(스웨덴)/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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