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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서 개성 뽐낸 김태희씨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에서 26일 오후 열린 ㈜신원의 개성공장 준공기념 패션쇼에서 모델로 나선 김태희씨가 옷맵시를 뽐내고 있다. 이날 선보인 100여점의 옷 중 10여점은 북한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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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사 7명 포함 500여명 북적
“경제협력 맞춰 문화접촉 늘려야”
26일 오전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의류업체 신원의 2400여평 공장은 낯선 활기로 가득했다. 남과 북에서 모인 인사들이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공장 2층 식당에 마련한 특별 무대 위로 화려한 조명과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신원이 공장 준공기념 행사로 마련한 ‘피복 전시회(패션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여명의 남녀 모델들이 신원의 5개 남녀복 브랜드 기성복 100여종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개하기 시작했고, 이어 신원 전속모델인 인기 탤런트 김태희(25)씨가 개성공단에서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 참석자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갈채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사상 처음으로 남한 기업이 북녘에서 연 패션쇼는 20여분 만에 막을 내렸다. 북한 개성공단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의류업체 신원이 이날 공장 준공 기념으로 마련한 패션쇼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성철 신원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등 경제계 인사를 비롯해 모두 500여명의 남쪽 인사들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개성으로 들어가 참관했다. 북쪽에서는 개성공단 개발 북쪽 주체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련 인사 7명이 참석했다. 아직은 현란한 연출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첫 남한 패션쇼를 본 북쪽 인사들은 북한의 ‘피복전시회’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에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이나 무대 없이 피복만 보여주는 피복전시회와는 다르게 시끄럽고 산만합니다. 정신없었어요.” 북한에서 열리는만큼 신원이 전날 리허설을 통해 북쪽 관계자들과 조율을 마쳤고, 노출이 아주 심한 옷은 뺐지만 북쪽과의 정서 차이 때문에 문화적 충돌이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쇼에는 280여명의 북한 ‘노력(노동자)’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도 10% 가량 포함돼 남북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남북 합작 패션쇼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2001년 6월 평양에서 ‘민족옷 전시회’로 물꼬를 텄다. 이번 신원의 행사는 두번째 패션쇼이지만, 기성복 분야에선 처음이다. 당시 한복 컬렉션을 선보였던 이씨는 “패션쇼를 마친 뒤 감격에 겨워 무대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새롭다”며 “정치·경제협력 진전과 함께 문화적 접촉도 계속돼야 정서적 통일이 좀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엔 북한에서도 5명의 모델이 무대에 올랐으나, 이번엔 아쉽게도 남한 모델들만 참가했다. 북한엔 원래 전업 패션모델이 없고 배우나 무용수 출신들이 수출용 패션사진 모델로도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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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신원 전속모델로 무대에 선 탤런트 김태희씨는 외할아버지 고향이 북한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행사를 마친 뒤 신원의 박 회장은 “개성공단 사업은 남쪽의 자본·기술에 북쪽의 땅·노동력이 합쳐져 지속적 경제협력의 큰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둘째딸 정영이씨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축사를 통해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 열린 이번 패션쇼는 남북의 힘을 합쳐 이룬 뜻깊은 행사”라며 “이를 계기로 개성이 경제·문화·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성/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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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젓가락민족 손재주가 똑같아요”
[신원공장표정] 남 7명, 북 281명 근무…용어 달라 소통 애먹어 “남북 모두 젓가락 쓰는 문화인데, 손재주가 어디 가겠습니까?” 26일 공장 준공기념식 직후 둘러본 ㈜신원의 개성 공장은 북한 여성 노력(노동자)들의 섬세한 손놀림 속에 셔츠·치마 등을 쉴새없이 만들어냈다.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원산지 KAE SONG’이라 찍힌 라벨들을 붙이게 된다. 신원 관계자는 “재단·봉제 등 기본 기술을 갖춘 사람들을 중심으로 채용했다”며 “중국이나 동남아 공장과는 달리 마무리 작업이 탁월하게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45억원이 투자된 개성 공장은 매달 2만벌의 의류를 생산할 수 있으며, 현재 황우승 개성 법인장 등 7명의 신원 직원이 281명의 북한 생산·관리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신원은 중국의 1인당 한달 인건비가 180달러인 반면 개성은 57.5달러이며, 관세나 물류비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신원 쪽은 현재로선 개성공장 1인당 생산량이 중국공장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6~8개월 안에 같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 관계자는 “북한 직원들은 대졸자나 국가대표 탁구선수 등 다양한 학력·경력을 갖고 있다”며 “한쪽 생산라인의 실적이 높으면 다른 라인 직원들이 따라잡으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등 경쟁심도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북한 직원 김혜영(28)씨는 “전에 다니던 봉동피복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대거 신원공장으로 옮겼는데 대부분 이쪽 일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라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남쪽 ‘관리자 선생’들과 우리가 쓰는 용어가 많이 달라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남과 북 직원들이 깃-칼라, 암홀-소매둘레, 미카시-앞안단 식으로 생산관련 용어를 달리 썼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순수한 조선말을 지키려고 하는데 남쪽 선생들은 외래어를 많이 쓰더라”고 덧붙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박성철 신원회장 “북 노동자와 인간애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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