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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경영안정 발판삼아 5년만에 매출 2배로
미국안 115000개 기업 ‘종업원주식소유제’ 운영
“매사추세츠에는 최근 몇십년 동안 제조업체들이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공장이 줄어들기만 했죠. 주변 도시에 가면 빈 공장 건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공장을 증축했다는 건 주 전체에 놀라운 뉴스였죠.” 보스턴의 경영컨설팅회사 오너십어소시에이츠의 크리스 매킨 사장은 붉은 벽돌 건물로 들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장내 사무실 입구에서 발견한다. ‘우리는 종업원이 주인(Employee-Owned) 기업’이라는 안내문구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나이프로는 1999년 대주주 최고경영자가 은퇴를 하면서 종업원들에게 지분을 팔았다. 2000여명 종업원들이 신탁회사를 설립해 5천만달러를 빌려서 대주주가 보유한 회사 지분 85%를 500만달러에 인수하고 나머지 4500만달러로 회사 자본금을 늘렸다. 종업원들의 차입금은 회사 이익으로 8년 동안 나눠 갚는 조건으로 회사가 조달해줬다. 그러니까 차입금 상환의무는 회사가 진 셈이다. 회사는 차입금 상환이 이뤄지는 만큼 종업원들의 개별 계정에 주식을 배정해오고 있다. 종업원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한푼도 내놓지 않고 회사의 주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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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종업원소유센터(NCEO)의 집계를 보면, 미국에선 지난 3월 현재 1만1500개 기업이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를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 지분율이 51%를 넘는 기업수가 약 2500개다. 이 제도를 통해 전체 미국 민간기업 피고용자의 12%를 차지하는 1천만명이 자기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식평가액을 합치면 5천억달러에 이른다. 빌 매클린트리 오하이오종업원오너십센터(OEOC) 코디네이터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기간산업들이 구조적인 위기에 빠졌을 기간에 대거 종업원 자본참여가 일어나다가 90년대 후반부터는 성장성이 높은 정보기술과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이익공유 차원으로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업원의 자본참여는 노사 공동의 위기극복 방안이면서 경영성과를 나누는 유용한 수단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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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자본참여가 활발한 기업은 종업원들이 단순 임금노동자로 일하는 곳보다 고용과 경영의 안정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성장속도도 빠르다. 나이프로의 앨프리드 코튼 이사는 “2000년대 들어서 미국내 같은 업종의 매출 상위 100개 회사 가운데 38개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플라스틱제조업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이프로는 끊임없는 제품혁신과 업무혁신을 통해 99년 4억4천만달러이던 매출을 2004년에는 8억3700만달러로 높였으며 고용도 20% 가량 늘렸다”고 자랑했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럿거스대학의 더글러스 크루스 교수(경영학)는 같은 업종에서 종업원주식소유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성장률과 고용증가율이 각각 2.3%, 2.4%씩 더 높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보스턴·켄트(미국 오하이오주)/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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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주식소유 제도란 회사는 손비 인정, 종업원은 세금 혜택 ‘기업연금’ 미국의 독특한 종업원 자본참여방식인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는 기업연금의 하나이다.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달마다 일정금액의 주식이나 주식매입용 현금을 줘서 퇴직시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종업원의 자사주 매입과 보유는, 회사와 별개로 설립된 신탁회사(ESOP Trustee)에서 대행한다. 미연방 내국세법은 이처럼 신탁회사를 통해 종업원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 회사는 종업원신탁에 출연금이나 차입금 상환분을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비상장법인에서는 대주주가 신탁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는다. 또 종업원들은 공짜로 회사 주식을 받아 소득이 발생하지만 퇴직 때까지 세금부과를 미뤄준다. 퇴직 때에는 연금소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세율도 아주 낮다. 크리스 메킨 오너십어소시에이츠 사장은 “주주수가 50명 미만인 기업에게는 법인세도 면제해주는데 종업원소유기업은 대부분 법적 소유주가 신탁회사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세 면제대상이다”며 “정부는 기업의 소유권을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넘어가도록 유도하려고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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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소유기업, 배당보다 투자 더 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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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가 뿌리를 내리는 데 연구기관이나 비영리 자문기관들의 활동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기업의 노와 사는 물론이고 정부-투자회사-법률·회계자문회사들을 연결해 종업원 주식소유가 성사되도록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캔트주립대 부설 오하이오종업원오너십센터(OEOC)가 바로 이런 기능을 한다. 이 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존 로그 교수(노사관계학)를 만나 종업원주식소유제도의 성과와 운영현황 등을 들어봤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가 기업과 종업원들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기업들로서는 지속성장의 밑거름을 얻는 게 가장 큰 이득이다. 회사의 성과는 곧 개별 종업원들의 소득과 연계되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꾀하게 되고 노사관계도 안정적이다. 종업원이 주인인 기업들을 보면, 같은 업종의 일반기업들에 견줘 임금은 별 차이가 없지만 노동조건이나 특별수당이나 성과급, 퇴직연금 등은 훨씬 낫다. -회사의 이익이 늘어날 경우 종업원들이 당장 배당이나 임금을 올려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 =오히려 배당이나 임금상승 욕구가 억제되고 투자가 늘어난다. ‘농부는 씨앗을 먹지 않는다’는 격언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종업원 소유기업은 가족이나 외부투자자가 대주주인 기업보다 훨씬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한다. -종업원이 주인인 기업에서 경영권은 어떻게 실현되는지? =경영참여가 법적으로 강제되지는 않는다. 전문경영인들이 회사경영을 책임지고, 종업원들은 작업현장에서 작업방식이나 노동조건에서 자기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선에서 만족한다. 주인으로서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수준만큼 권한을 누릴 때에는 회사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재무상황과 경영환경에 대한 원활한 정보공유와 현장 작업자들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잘 운영되는 종업원 소유기업의 특징을 꼽는다면. =큰 기업보다 중·소규모기업, 인력의 숙련도가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업에서는 종업원 소유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 제조업에서는 책임과 권한이 수평적으로 분산된 기업일수록 이 제도가 잘 운영된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일본보다 떨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관리부문의 인력이 약 15% 많다는 데 있다. 내부 통제비용이 높으면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질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둔하게 대응한다. 종업원이 주인인 기업에서는 개별 종업원들이 서로 내부감시 및 통제자 구실을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가 소득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미국은 전체 가구의 1%가 전체 재산의 40%를 소유하고 있을만큼 분배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조세정책이나 재정지출로 이를 완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계가 있다. 그런만큼 시장기능을 활용한 소득재분배가 필요하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가 바로 시장원리에 맞는, 실용적 소득재분배정책이다. 캔트(미국 오하이오주)/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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