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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한국 키운 방일석씨 본사 마케팅본부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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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넘는 도전정신…직장인 표상으로 6월1일 오후 7시, 도쿄 신주쿠 올림푸스이미징주식회사 본사에서는 새 마케팅본부장이 주재하는 첫 회의가 열렸다. 일본 직원들은 필기구를 꺼내 새 사령탑의 지시를 꼼꼼히 받아적었다. “남들이 슬림으로 가니까 따라가는 식의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이제 안됩니다. 일년에 몇가지씩 나오는 디자인이라도 3년 정도는 가도록 하는 시나리오를 기본적으로 짜야 합니다. 자, 이제 우리 한번 잘 해봅시다.” 인사말은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첫 마디부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 새로운 본부장은 다름아닌 한국인이었다. 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42) 대표. 1919년 설립돼 카메라왕국 일본을 대표하는 광학기업으로 꼽히는 올림푸스의 80여년 역사상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영상시스템그룹 총괄사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이번에는 다시 1년 남짓 만에 올림푸스 전체 서열 3위급인 본사 마케팅본부장에 임명됐다. 마흔 둘인 그 또래의 일본 본사 차장급 직원들만 수백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발탁이다. 올림푸스가 지난 2000년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하며 대표로 영입한 방 대표를 5년여 만에 본사 최고위급 핵심임원으로 끌어올린 것은 그만큼 그의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낸 올림푸스는 깊은 위기감에 빠졌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의 핵심 트렌드를 짚어내며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보여준 방 사장이 이제는 아시아 시장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다시 한번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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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맡아 이같은 한국 경영자의 약진은 지난 90년대까지만해도 한국지사의 임원에도 한국인이 오르기 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경제의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 경영자들의 능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올라서거나 본사업무를 맡는 과정을 밟고 있다. 떠오르는 시장인 아시아 시장에서도 가장 급변하고 역동적인 한국에서 그 능력을 검증받고 발탁되는 것이다. 이들 경영자들은 무엇보다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역할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의 반열에 올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프로 샐러리맨’의 표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외국계기업에서도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스스로 영역을 넓혀나간 것이 성공의 바탕이 됐다.
방일석 사장은 단순히 일본에서 제품을 들여와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앞선 디지털 문화와 시장 상황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 개발까지 주도했고, 오히려 본사쪽에서 엠피3 사업 등 새 사업을 추진하도록 이끌었다. 방 사장은 삼성전자에 있던 2000년 올림푸스 경영진이 한국 디지털카메라 시장 분석을 물어왔을 때 탁월하게 보고서를 만들어준 것을 인연으로 그해 설립한 올림푸스한국의 대표로 선임된 뒤, 올림푸스를 5년만에 매출액 3200억원의 한국시장 선두업체로 끌어올렸다. 쓰리엠의 신 부사장 역시 한국인 특유의 빠르고 과감한 일처리로 외국기업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정착시키며 두각을 나타냈다. 구본준 서수민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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