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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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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여러 얘기를 하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세계화=미국화. 전 세계는 세계화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규칙은 미국이 만든다. 만약 100년 전에 아주 상상력이 풍부한 지정학적 설계자를 만나 서기 2000년에 지구가 ‘세계화’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말해줬다면 그는 어떤 나라를 설계했을까? 프리드먼 생각에, 설계자가 내놓은 답은 놀라울 정도로 현재의 미국과 닮아 있을 것이다. 이 설계자는 우선 지리적 위치부터 대서양과 태평양을 주무르는 권력, 즉 양쪽 방향을 모두 관찰할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캐나다와 남미 대륙과 연결된 나라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또 다양한 문화와 인종과 언어가 섞여 있는 국가, 극단적으로 다양하고 창조적이며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가진 나라를 만들었을 것이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단기 이익과 분기 실적에 욕심을 부리면서 종종 기업들이 장기 목표에 집중하느라 ‘자본을 낭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시장이 또 설익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도 하룻밤 안에 5만 달러를 빌려줘 결국 또 다른 애플 컴퓨터가 태어나게 만든다. 미국 자본시장은 효율적이고 투명하다 미국 자본시장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투명하다. 미국 주식시장은 단지 비밀을 참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적시에 실적과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그래서 잘못된 경영과 잘못된 자원 배분이 쉽게 적발되고 또 벌을 받게 된다. 미국은 전 세계 상위 10%의 엔지니어를 고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일본·스위스·독일은 모두 진정한 의미에서 이민의 전통이 없다. 설계자는 또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진 나라를 구상해냈을 것이다. 해고가 쉬울수록 고용주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일본과 서유럽을 제치고 1990년대 정보화 혁명을 가장 먼저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이다. 현재의 미국 사회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작동하는 사회다. 지난 1999년 중국이 미국의 핵 기밀을 캐내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를 보고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이 미국의 핵기술을 훔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동정심이 일었다. 왜냐하면 미국의 가장 큰 비밀이자 미국의 힘의 원천인 ‘미국인이 사는 방식’은 중국인들이 훔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과 서유럽 사람들이 복지 시스템을 고수해 자본주의가 가진 파괴력을 약화시키고 또한 창의력과 부의 창출 효과를 감소시키는 한 이들 국가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정복자와 달리 미국은 다른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미국은 그들이 자신과 같아지도록 요구한다. 물론 그들 자신을 위해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전도사들이다. 세계는 반드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월드와이드웹이 전하는 국가 전복의 메시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에 대항할 나라는 없다 독일의 외교 전문가인 요제프 요페는 1997년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유럽과 일본·중국·러시아가 과거처럼 동맹을 이뤄 미국에 대항할 수도 없다. 그들의 모든 영화 스튜디오를 합해도 할리우드에 구멍 하나 뚫을 수 없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모든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하버드 대학을 왕좌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 …… 이것이 1997년 러시아와 중국이 맺은 ‘전략적 동맹’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보는 이유다.” 러시아·중국·일본 세 나라는 겉으로는 크고 강하다. 모두 외견상 탄탄한 근육의 280파운드(127㎏) 레슬러지만 내면에서는 울혈성 심부전(심장이 점차 기능을 잃으면서 폐나 다른 조직으로 혈액이 모이는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기업들한테 피를 공급해야 할 국가경제의 운영체제인 심장에 노폐물이 쌓여 있어, 발에는 너무 많은 피를 공급하고 머리와 다른 부위에는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러시아는 심장 전체의 이식이, 중국은 대대적인 혈관확대수술이 필요하다. 일본은 급진적인 콜레스테롤 강하 처방을 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다른 서유럽 국가들은 그들 자체의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인 유럽통화동맹에 자신의 몸을 맞추려면 이처럼 급진적인 치료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무지방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프리드먼은 이렇게 결론을 낸다. “지금 12세, 15세인 내 딸들이 자라나는 시대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약한’ 군사력과 일본의 ‘약한’ 경제력이 미국에 가장 심각한 외부 위협 요인이 될지는 의문이다.” 마치질
미국화인가 전체주의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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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동부 마른 지역의 폐허가 된 성당에서 프랑스군이 독일군과 대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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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미국의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단기 이익과 분기 실적에 욕심을 부리면서 종종 기업들이 장기 목표에 집중하느라 ‘자본을 낭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시장이 또 설익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도 하룻밤 안에 5만 달러를 빌려줘 결국 또 다른 애플 컴퓨터가 태어나게 만들 것이다.” “1997년 멕시코 대통령 세디요는 이렇게 말했다. ‘금융자본이 즉각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리스크를 던져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갖고 자본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비약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미국 금융자본 찬양이다. 사실 세계화로 각종 규제가 없어지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쪽이 금융자본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라는 이름을 내건 노숙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불과 30명의 젊은이들이 시작했던 시위는 지난 1일 2000명이 참여할 정도로 불어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그들의 누리집(occupywallst.org)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1%의 탐욕과 부패를 더는 참을 수 없는 99%다.” 미국은 1%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99%가 희생되는 사회 체제가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1%가 바로 월가에서 일하고 있는 금융업체 사장과 직원들이다. 지난 2008년 10월,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로 흔들리던 뱅크오브아메리카에 450억 달러(약 53조7000억원), 제이피모건체이스에 250억 달러, 골드만삭스에 100억 달러 등 총 7000억 달러(약 835조원)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모두 미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돈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골드만삭스는 직원 1명당 59만 달러(약 7억원)의 보너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46만 달러를 줬다. 2009년 월가의 보너스 총액은 그 전해에 비해 17%나 늘어난 200억 달러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이들은 규제 강화와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렸다. 지난해 6월까지 금융기관이 사용한 로비 자금만 1억2600만 달러나 된다. 월가의 금융인들은 영업이 잘될 때는 “내 능력으로 번 것”이라며 막대한 소득을 올렸다. 그러다가 위기가 닥치면 정부에 손을 벌려 엄청난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 서비스를 줄이는 바람에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 구제금융으로 회생한 은행들은 다른 국민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자신의 모델을 올 초 중동을 휩쓴 아랍 민주화 혁명에서 찾았다. 이집트 타흐리흐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위대는 비폭력 평화시위로 33년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냈다. 현대 민주주의 모델국가였던 미국에서 제3세계를 모방한 시위가 벌어졌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지난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은 “지나치게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국제 금융 시장의 수레바퀴에 모래를 뿌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자본의 이동 속도를 줄이기 위한 금융거래세, 이른바 토빈세를 제안했다. 외환·채권·파생상품·재정거래(arbitrage)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핫머니)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각국의 통화가 급등락하여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이었다. 그의 제안은 처음에는 코웃음의 대상이었으나 2008년 이후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됐다. 당장 한국만 해도 올해 들어 증시 변동폭이 너무 크다. 외국 자본의 유출입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 자본의 현금인출기’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토빈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시오. 글 가운데 토빈세를 시행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관해서도 반드시 언급하시오. (800자) 2. 아래 지문의 배경을 설명하시오. 1985년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합의한 플라자 합의에 관해 조사해 반드시 그 내용을 담으시오. (600자)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아와 유럽국가들이 주류로 부상하고 미국은 몰락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쿄 미쓰이해상연구소의 존 노이퍼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노이퍼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들은 터널 끝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지나가야 할지도 모를 벼랑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7장) 3.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오늘날 세계화 시대를 예견한 지적 설계자가 있다면 아래와 같은 나라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노동시장을 가진 나라에서는 고용이 늘지 아닐지 자신의 생각을 써 보시오. (600자) “우리의 설계자는 또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진 나라를 구상해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쉽게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으며 고용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직원을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중학생의 공부하는 힘 1318클래스(1318class.com)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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