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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7 21:35 수정 : 2005.01.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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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8만명으로 단일 산별 노동조합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금융산업 노조(금융노조)가 위원장 선거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이면서 지난 23일 개표가 중단된 채 닷새째 사태 수습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그동안 단일 후보가 나왔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두 후보가 나서 투표 이전부터 과열이 우려됐다. 그런데도 선거 관리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8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투표하는 게 어렵다고 보고 전자투표를 도입했다가 선거 당일 전자투표 시스템 서버가 내려앉았다. 모의실험조차 하지 않은 결과였다.

선관위는 할 수 없이 손 투표를 했는데, 단일 후보를 뽑던 이전의 방식 그대로 했다. 선관위가 각 은행 지점에 봉투(투표함)와 투표용지를 보내면, 각 지점에선 투표한 용지를 봉투에 담아 다시 선관위로 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봉투와 투표용지가 우송되지 않은 지점들 쪽에 은행 자체 봉투를 사용하고, 투표용지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으라고 지시했다. 단일 후보를 놓고 선거를 했을 때는 문제될 게 없었을지 모르지만, 비밀과 공정이 생명인 투표의 요건을 기본적으로 갖추지 못한 선거였고, 결국 사태가 터졌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은행의 봉투에서 표가 가지런히 묶인 채 나온 것이다. 상대 후보 쪽은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해당 은행은 “표를 세기 쉽도록 묶어서 보낸 것일 뿐, 조작 운운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후보는 서로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혹만 키우고 있다. 누워서 침뱉는 꼴이다. 금융노조는 최근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 때문에 노동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이 어느 때보다 따갑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망친 선거는 다시 할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기 어렵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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