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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물건너 가나 |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2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가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지 않아 최근에 일고 있는 경기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엇보다도 향후의 경기전환 여부를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9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00년 8월에 고점을 찍고 하강하는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생산 증가율은 16개월만에 최저수준인 4.5%로 둔화됐으며 도소매 판매도6개월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전월에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투자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론, 작년 12월 통계는 새해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경기회복 징후를 반영할 수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비관론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그러나 민간의 경제전문가들 대부분은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신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경기가 바닥권에 도달해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경기하강 국면 지속 경기의 국면 전환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는 전혀 경기회복의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의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1.5%로 전월보다 0.2% 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작년 3월에 3.6%로 고점을 찍은 이후 9개월째 하강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선행지수 동월비가 전월에 비해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로 몇개월간 지속돼야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분간 경기의 국면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경기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작년 3월의 100.4 이후 계속 하강하다 11월에잠깐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12월에는 다시 내림세로 전환했다.
이는 2000년 8월 이후 대세적인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증가율도 작년 8월의 1.6% 이후 16개월만에 가장 낮은 4.5%로 주저앉았다.
도소매판매도 전년 동월보다 0.1%가 줄어 6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특히 백화점은 10개월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설비투자추계는 2.0%가 줄어들어 작년 3월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여줬고 국내건설수주는 38.4%가 늘어났으나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도소매 판매의 계절 조정치가 전월보다 2.1%가 늘어났고 자동차.연료 판매량도 전년 동월보다 4.6%가 증가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에 해당된다고 통계청은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 12월의 경기수준이 워낙 높은데 따른 상대적 효과로 각종 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분석하고 "휴대전화 매출이 줄어든 것도 지표에 부정적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새해들어 나타나는 경기회복 신호 올들어 소비경기가 회복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코스닥종합지수는 지난 27일 현재 466.65로 작년말의 380.33에 비해 무려 22.6%가 올랐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31조1천490억원에서 39조2천780억원으로 26.1%가 늘었다.
증시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0조1천109억원으로 작년 말의 8조1천308억원보다 24.0%가 증가했다.
작년 4.4분기의 신용카드 매출(신용판매 기준)도 전년 동기보다 10.6%가 늘어난44조8천65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작년 9월 12조7천130억원, 10월 14조2천340억원, 11월 14조5천820억원,12월 16조690억원 등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소비경기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백화점 매출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올들어 26일까지 백화점 매출(7개 기존점 기준)이 작년 동기에비해 3.1% 감소했다.
그러나 작년 1월에 설이 끼여 있었던 것을 감안, 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료품을 제외하면 매출은 10.4%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소파 등 홈패션 매출이 10.7% 증가했고 경기에민감한 남성 캐주얼도 23.5% 늘었다.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는 할인점 매출(46개 기존점 기준)도 6% 가량 증가했다.
또 작년 12월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361만5천367명으로 전월에 비해 0.96%, 3만4천875명이 줄었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는 작년 7월 370만336명을 기록한 이후 8월부터 5개월연속 감소했다.
◆ 카드.백화점.증권업계 "좀더 지켜봐야" 이런 소비회복 조짐에 대해 관련업계는 소비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올들어 급등했으나 시가총액 상위사들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NHN은 27일 현재 8만9천원으로 작년말의 8만3천500원보다 6.6%가 오르는데 머물렀고 하나로텔레콤도 3천215원에서 3천500원으로 6.6%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최근의 코스닥시장 급등은 우량주 중심의 내실있는 상승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하고 "적자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비정상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와 백화점 매출의 성장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들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의견을 내놨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종전에는 카드 소비액으로 잡히지 않던 롯데백화점 카드가지난해 롯데카드로 전환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강화나카드 결제 확산 등의 변수도 있어 아직까지는 소비회복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도 "추위 덕분에 신년 세일은 지난해 보다 좋은 실적을 보였다"고 전하고 "그러나 이 실적은 날씨.명절 등 변수가 있어 1.4분기 실적이 나와야 소비심리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전문가들도 "경기회복 속단할 수 없다" 거시경제 전문가들도 소비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으나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백화점.카드매출 증가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작년말 상여금이 소비로 연결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는데다 △최근 코스닥시장의상승은 버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뿐아니라 이 시장규모가 워낙 작아 소비회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며 △소비회복의 관건인 소득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점을꼽았다.
대한상의 경제조사팀 관계자는 "작년 연말에 일부 대기업들이 상여금을 지급했는데다 설연휴을 앞둔데 따른 매출증가 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본격적으로회복되고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회복의 대표적 현상으로 꼽히고 있는 카드매출 증가는 카드사들이 경영상태 호전으로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는데 따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경기가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도나오고 있다.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소비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물론, 소비경기 회복 징후가 일시적 현상일 수있으나 작년까지 지속됐던 비관적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부총리 자문관인 이건혁 박사도 "무엇보다도 카드매출이 작년초부터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소비경기에 결정적 타격을 줬던 가계부채가 해결되고 있다는신호"라면서 "갈수록 소비경기 회복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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