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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7:31 수정 : 2005.01.30 17:31

‘벤처 1세대’ 선두주자 “다시 벤처” 이끌어내

장흥순(45) 회장은 변대규 휴맥스 사장과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등과 함께 ‘벤처 1세대’의 선두주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 시절인 지난 1988년 공장자동화(CNC) 기술을 응용한 제품과 정보통신 단말기 등을 생산하는 터보테크를 설립해, 현재 연간 매출 1천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창업 당시 무작정 은행지점을 찾아가 “카이스트 박사 만드는 데 초등학교부터 투자액을 따지면 1억5천만원이 든다. 우리 회사 박사 2명을 담보로 3억원만 빌려달라”며 지점장을 설득해 대출을 받은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지난 1995년 벤처기업협회 창립 당시 부회장을 맡았고, 지난 2000년부터는 한 번의 연임을 거쳐 회장직을 맡고 있다. 10년 내내 벤처기업가들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코스닥위원회 위원,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부회장, 감사원 아이티(IT)감사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대외활동에도 열정적이고, 지난 1998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선정되는 등 개인적인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로 생활시스템 혁명 진행중
한국경제 성장모멘텀은 벤처에 있어
‘묻지마 투자’ 말고 옥석가려 투자때 성공

지난해 12월24일, 벤처기업들은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기업 인수·합병(M&A)조건 완화, ‘정직한 실패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벤처패자부활전 등을 뼈대로 한 벤처활성화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이후 코스닥은 폭등하고 있으며 ‘제2의 벤처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들려오는 상황이다.

이번 대책의 주역으로 알려진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던 지난 2000년 초 임기 2년의 협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4년동안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벤처업계를 대표해 ‘벤처 살리기’ 최전선에 나섰던 그는, 벤처가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하는 요즘, 조현정 벤처기업협회 부회장(비트컴퓨터 회장)에게 차기 회장직을 넘겼다. 다만 벤처활성화대책이 실제로 자리잡도록 하기위해 오는 9월까지는 공동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 1월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터보테크 본사에서 만난 장 회장은 “이번 대책은 정부가 지난 몇 년의 경험을 통해 제대로 된 벤처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한국경제의 성장모멘텀은 벤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 2000년 취임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 지금은 모두들 많은 학습과 경험이 쌓였습니다. 또 벤처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벤처기업가의 사업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거죠. 예전에는 사업모델이 기가 막히다면서 투자하려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장에서 이 기술에 어떤 수요가 있느냐를 보는 것으로 시장의 마인드가 바뀌었습니다. 또 기업하는 이들도 기술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영, 회계, 법률 등의 전문지식이 결합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기업의 옥석을 가릴 줄도 알고, 투명한 기업인지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을 학습했습니다. 정부도 직접 지원보다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벤처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 현재 벤처활성화대책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습니까?

=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닥 제도개선의 실질적 수혜자는 올 3월 이후 신규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들입니다. 법인세 이연제도나 코스닥기업 인수·합병 활성화 등의 관련정책이 이들 기업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또 자금도 예전에 정부가 직접 정책자금을 주던 것과 달리, 전문화된 대형 벤처캐피털을 육성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 특히 벤처패자부활전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이 있는데?

= 패자부활전은 벤처기업가들의 실패한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으로 벤처가 만개했다가 무너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나 대주주가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가 불가능하게 됐고, 이들의 기술과 경험이 묻혀버렸습니다. 패자부활전은 이런 사례를 선별적으로 구제해주자는 것입니다. 우선 일차적인 검증을 위해 협회 안에서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업계 관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이들로 구성된 15인 위원회가 활동할 예정입니다.

- 제2의 벤처붐이 일기에는 ‘재료’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 1990년대 말의 벤처붐은 인터넷 열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술의 축이 바뀌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의해 생활시스템이 바뀌는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서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는 중이지요. 시장이 바뀌면 기술도 달라집니다. 최근의 ‘혁명’은 우리의 생활에 대한 것이고, 디엠비(DMB) 서비스나 유비쿼터스 모두 이런 변화를 반영합니다. 이에 맞는 새로운 기술은 계속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 최근의 코스닥이 과열상태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 예전 코스닥에서 떴던 회사는 미래가치로 떴던 회사들입니다. 반면 지금 뜨는 회사들은 자기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힌 회사들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외면하는 가운데서도 살아남았습니다. 투자자들이 지난 1999년 2000년때처럼 ‘묻지마 투자’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지금은 감시시스템이 항상 작동하고 있습니다.

- 이번 정책으로 막 성장하려는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입니까?

= 정책이 결정되고 시장에 적용돼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또 지금은 창업벤처들도 아이디어가 아니라, 변하는 시장에서 무엇을 해야 살아남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기술의 발전흐름을 보며 길목을 지키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 실험실 벤처의 경우, 이번 엠엔에이(인수·합병) 활성화를 따라 엑시트마켓(퇴출 시장)을 정해둬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시스코와 엠에스 등 대형 기업들에게 인수합병 당하는 것이 실험실 벤처들의 꿈입니다. 곧바로 다른 연구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공계 학생이 법이나 경영을 전공한 학생과 결합해 팀을 꾸리고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만들면 벤처캐피털도 투자하게 되고, 결국 투자시장도 좋아질 것입니다. 결국은 신뢰문제죠.

- 협회장 임기동안 가장 주력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 아직 벤처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일이었습니다. 벤처들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또 많은 정책담당자들에게 벤처의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협회 안에 있는 1세대 벤처들도 각 분야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내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덕분에 ‘다시 벤처’라는 열쇳말을 끌어낼 수 있었고, 경제의 성장모멘텀은 벤처라는 인식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일이고 보람된 일입니다.

- 차기 벤처기업협회가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 벤처의 부가가치를 개별기업의 성공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기술을 개발·확산시키고 새로 창업하는 후배를 앞에서 끌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이공계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제도 개선의 목소리보다는 업계 스스로가 건강하고 꿈이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해야할 시기가 왔습니다. 글 최혜정 기자, 사진 김종수 기자 idun@hani.co.kr


인터뷰 뒤안길

하루 조찬약속 4개…
“사람공부 많이 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협회장이 되면서 연필로 메모하는 버릇이 생겼다. 매일 빼곡히 들어차는 약속이 상대방 사정으로 곧잘 바뀌는 탓에, 쉽게 썼다 지울 수 있는 연필이 장 회장에게는 유용하다.

장 회장은 지난 4년이 그야말로 “눈코 뜰새 없는” 나날이었다고 회상한다.

“정부에 있는 분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해요. 벤처기업과 관련된 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 각 부처의 산하단체들, 유관기관들…. 거기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은 정말 말도 못합니다”

협회장 4년 동안 하루 평균 조찬약속은 4개였고 일주일에 닷새동안 저녁약속이 있었다. ‘당연히’ 평균 귀가시간은 밤 12시를 훌쩍 넘는다.

“열심히 뛰는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또 한 사람에게 공을 들이려면 그 만큼 일을 해야 하죠.”

장 회장은 “1주일에 평균적으로 쓴 명함이 200장이고 사람 만난 걸로 치면 정치인 못지 않다”면서 “덕분에 사람 공부 많이 했다”며 웃었다.

장 회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에 있는 공장에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올들어 첫 방문이다. 터보테크의 3개 사업부에 모두 본부장 체제로 되어 있어 운영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협회장을 하는 동안 마음만큼 챙기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은 공장 근처에 볼일이 있을 때나 한 번씩 둘러볼 수 있었다.

“올해는 경영에 전념할 계획”이라는 장 회장은 오는 9월 협회장에서 물러나더라도 벤처리더스클럽에서 활동하며 협회의 자문역을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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