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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만원대 노트북·30만원대 식기세척기 돌풍
삼보·동양매직, 회사도 대리점도 활기 찾아
파인디지털, 30만원대 내비게이션 ‘씨뿌리기’ “대리점 12년만에 이렇게 사람들 줄세워 팔아보기는 처음이야!” 삼보컴퓨터의 김선주 팀장은 지난주 말 용산의 컴퓨터 상가를 들렀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삼보컴퓨터 대리점 사장이 싱글벙글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김 팀장은 ‘불황 때는 저렴하고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 최고’라는 회사의 전략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에 즐거운 마음으로 용산을 뜰 수 있었다고 했다. 불황을 뚫기 위한 중견업체들의 저가 전략들이 빛을 보고 있다. 깜짝 놀랄 만큼 싼 가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침체됐던 회사 분위기도 되살아 나고 있다고 한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90만원대의 초저가 노트북 ‘에버라텍 5500’ 덕분에 평소 판매량의 3배가 넘는 실적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일 삼보컴퓨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 노트북 판매량은 1만2천여대로, 1월 판매 목표인 5천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평소 판매량인 월 4000여대의 3배에 이르 양이다. 이 중 ‘에버라텍5500’이 차지한 비중은 5천대. 나머지 7천여대는 140만원대 리모콘식 와이드 스크린 노트북 ‘에버라텍 6200’, 초경량 노트북인 ‘에버라텍 3200’ 등이 차지하고 있다. 특정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제품들도 덩달아 잘 팔리고 있는 셈이다. 김 팀장은 “예약주문이 밀려 영업팀장들이 서로 물량을 빼가기 위해 사내에서 경쟁을 벌일 정도”라며, “다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 퍼지면서 회사 분위기가 확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삼보컴퓨터는 이 분위기를 살려 올해 노트북 판매량 15만대로 국내 노트북 시장 2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고, 회사 쪽 관계자는 전했다. 동양매직이 지난해 30만원대 식기세척기 ‘클림’을 내놓았던 것도, 불황 극복을 위해 직접 소비자들을 쫓아다니며 내린 결론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초 동양매직은 불황 극복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판단하고, 가정방문이나 반상회 참가 등을 통해 주부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결론은 ‘유지비가 싸고, 경제적인 식기세척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10년 불황을 극복한 일본 기업들의 제품 전략을 보기 위해 마케팅, 디자인, 연구개발 담당자들이 여러 차례 일본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 결과물이 30만원대 소형 식기세척기였다. 이 제품은 출시 다섯달만에 2만여대가 팔려나가며, 모두 6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 가동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면서 공장 전체에도 오랜만에 활기에 넘친다고 한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40만원대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올 상반기 중에만 3만대 이상을 팔아 식기세척기로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의 분위기만 제대로 이어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30만원대 보급형 내비게이션인 ‘호크아이’와 ‘파인드라이브’를 잇따라 내놓은 파인디지털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30만원대 제품을 처음 내놓은 이후 지금까지 월 3천대씩 꾸준히 판매하고 있는데, 파인디지털은 이를 장기적인 투자로 보고 있다.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네비게이션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보급을 위해 저가형 제품을 출시했다”며, “내비게이션을 일단 사용한 이들의 수요가 좀더 나은 제품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경기가 살아났을 때 고급형 제품으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저가로 고객을 모은 뒤, 호황기에 고급형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파인디지털은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고급형 제품도 걷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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