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제화업체들과 대형 할인점 등이 상품권을 대량으로 팔면서 일반 상품을 판 것처럼 신용카드 영수증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탈세를 부추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권 구입비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나 세금계산서 발행 대상이 아닌데 이를 일반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처리하면, 개인 고객은 연말정산 때 허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법인 고객은 경비 처리를 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탈세가 이뤄지게 된다. 대신 상품권 발행 업체들은 이를 통해 상품권 매출을 늘리는 부당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구매자에 불법 세금공제 받게해줘
6년간 수백억 탈루…업체 매출확대
또 업체들은 개인 신용카드 결제 때는 상품권을 100만원어치 이상 팔 수 없음에도 수천만원어치까지 불법으로 팔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제화업체와, 대형할인점, 카드사 등에 확인한 결과, 금강·에스콰이아·엘칸토 등 제화 3사들과 일부 대형 할인점들이 상품권을 구입하는 손님들에게 상품권 가맹점 단말기 아닌 일반 가맹점 단말기로 카드 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상품권을 유가증권으로 구분해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개인 신용카드 결제 때는 통상 한달인 결제기간 동안 100만원어치 이상 상품권을 팔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상품권 발행 업체들에게 상품권을 팔 때 일반 가맹점 단말기기 아닌 별도의 상품권 가맹점 단말기로 결제하도록 하고 있다.
한 세법 전문가는 “2003년 제화 3사의 재무제표상 상품권 선수금(금강 1680억원, 에스콰이아 1000억원, 엘칸토 50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2003년 한 해 동안 상품권 영수증 조작을 통한 소득세 탈세 혐의자 수는 대략 6만3천여명, 탈세 규모는 1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1999년부터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지난 6년 동안 이뤄진 탈세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할인점 업계 1, 2위인 신세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도 설날이나 추석에 앞서 특판팀을 가동해 상품권을 팔면서 카드 소지자들에게 한도 적용 없이 팔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권 발행 업체들과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있는 제일은행도 이런 방식으로 상품권을 팔고 있으며, 일부 주유·문화상품권 발행 업체들도 이렇게 상품권을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화업체의 한 전직 직원은 “제화업체들은 매출을 늘리고, 고객들은 세금을 줄일 수 있어, 이런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에스콰이아 관계자는 “법인 고객들이 상품권 구입비를 경비로 인정받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고객의 요구에 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하는 문제는 여신전문 금융업법과 관련된 사안으로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 소관”이라며, “다만 탈세 혐의가 있다면 검토한 뒤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석진 박효상 기자 h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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