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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8 09:00 수정 : 2019.07.15 10:03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텐센트 라이징> 우샤오보 지음/원미경 옮김/처음북스 펴냄

<텐센트 라이징>을 계약한 계기는 간단했다. 내부에서 영미와 일본에 이어 중국 쪽 도서에도 손대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왕이면 주력 분야인 경제·경영서를 가져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텐센트는 마윈이 수장으로 있는 알리바바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 기업이기에 텐센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루는 <텐센트 라이징> 판권을 따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이것은 고상하게 혹은 공식적으로 말하는 이유다. 수많은 중국 경제·경영서 가운데 왜 하필 텐센트였느냐고 묻는다면, 편집팀 취향이 약간 가미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당시 편집팀은 특이하게도 성별을 가리지 않고 게임업계 동향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게임업계 큰손으로 유명한 텐센트를 다룬 책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편집자가 원고 내용에 관심이 많아야 편집할 때도 재미를 느끼고, 그래야 팔아먹을 때 조금이라도 더 심혈을 기울이지 않겠는가.

‘텐센트’라는 이름은 크게 두 방향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위챗으로 대표되는 거대 메신저 플랫폼을 가진 회사이자 중국 1위 게임업체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팀의 소소한 취미에 영향을 끼질 수 있는 후자에 더 주목했다. 그러나 편집하면서 중국 1위 게임업체라는 타이틀이 단순히 중국 게임업계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님을, 또 ‘기껏해야 카카오톡 같은 것이겠지’라고 생각한 위챗이 중국인 삶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텐센트는 말 그대로 모든 중국인의 삶을 장악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연락할 때도 위챗을 쓰고 밖에서 식사하고 계산할 때도 위챗페이로 결제한다. 중국에서 살다 왔거나 중국에 출장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한국에서 생활할 때 중국보다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위챗페이를 못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노점에서 양꼬치 하나를 사도 위챗페이로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으면서 페이 방식이 활성화돼 있지 않단다. 카카오페이, 제로페이 등 여러 ‘~페이’가 나왔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아직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

중국에는 춘절(설)에 주변 사람과 친지에게 세뱃돈(훙바오)을 주는 풍습이 있는데 이 세뱃돈마저 위챗을 이용해 보낸다. 텐센트에 따르면, 2018년 춘절에 위챗 훙바오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무려 7억7천만 명 가까이 된다. 참고로 위챗 누적 이용자 수는 10억 명, 중국 공식 인구수는 14억 명이다. 중국인 절반 이상이 텐센트가 개발한 메신저를 쓰고 그중 대부분이 메신저 부가 기능도 쓰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텐센트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출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나오자마자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피시(PC)방 점유율 1위 게임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끌어내리며 빠르게 유행했다. 카카오톡을 필두로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며 몸집을 불리는 카카오가 국내 서비스를 맡아 ‘삼뚝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 배틀그라운드 컬래버 에디션이 나오기도 했다. 이 중 텐센트가 발을 담그지 않은 회사는 몇 개나 있을까? 정답은 ‘없다’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주주이자 카카오의 2대주주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아예 텐센트에 완전히 인수돼 텐센트 자회사가 됐다. 텐센트는 최근 매각을 발표한 국내 게임업계 ‘3N’ 중 하나인 넥슨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국 게임산업이 텐센트 발아래에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텐센트의 게임사업은 우리나라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유통하며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는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을 넘어 모회사 넥슨까지 넘보는 거대 게임기업이 됐다. 이 사실만 놓고 봐도 텐센트의 저력은 엄청나다. 문제는 앞으로 더 ‘어마무시’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텐센트 라이징>은 이러한 정보기술(IT) 공룡기업 텐센트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고비를 넘겨 현재의 거대한 몸집을 가지게 되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IT 기업 리더라면, 혹은 텐센트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기업을 키우고 싶은 리더라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하지만 일개 편집자로선 그저 큰 기업 정도로 생각했던 텐센트의 모든 면을 알고 나니 그 포부가 너무나 거대해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인의 모든 것’이라 불리는 텐센트. 꾸준히,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전유진 처음북스 편집자 yjjeon@che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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