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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0 18:32 수정 : 2019.08.20 20:19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해시드 제공

유재수 부산 경제부시장 인터뷰
정부 주도 스타트업 투자는 재정낭비
블록체인특구서 암호화폐 금융 개척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해시드 제공
“전세계에서 블록체인 혁명이 일어나는데 한국은 블록체인 망명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ICO를 허용하는) 싱가포르로 간다. 그런데 누가 봐도 싱가포르가 코인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곳은 아니다.”

유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14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한국도 암호화폐 공개(ICO·아이시오)를 허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23일 일정 기간 규제를 완화해주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암호화폐 사업은 제외됐지만, 유 부시장은 특구에서 성과를 보여줘 향후 암호화폐 금융 시장까지 열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유 부시장은 아이시오가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아주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성과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는 스타트업계에서 아이시오가 국내외 투자를 촉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전기자동차 테슬라는 한 번도 수익을 못 냈지만 가능성만 보고 투자를 받고 있다. 덕분에 전기자동차 트렌드는 엄청나게 당겨졌다”며 한국 기업도 아이시오로 더 쉽게 글로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2017년 하반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고, 불법 다단계 조직이 암호화폐를 다루기 시작하자 국내 아이시오를 금지했다. 당시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 스위스, 싱가포르에 가서 아이시오를 하고 있었다. 그해 6월 보스코인(Boscoin), 8월 아이콘(ICON), 12월 에이치닥(Hdac)은 스위스 추크에서, 메디블록은 12월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아이시오를 했다.

대다수 암호화폐가 폭등하던 시절이라 이들은 사업계획이 담긴 백서만 공개하고도 세계에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모았다. 다만 2년여가 지났지만 이들 중 성공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블록체인 기술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온전한 사업모델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가격은 2017년 연말 최고점을 찍은 후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아이시오 열풍도 함께 시들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국내 기업의 아이시오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2018년 말 기준 아이시오를 완료한 19곳 중 18곳의 암호화폐 가격은 평균 67.7% 내려갔다. 이에 따른 피해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 부시장은 “혁신기업은 100개가 만들어졌다가 1개가 살아남는 시장”이라며 “아이시오 회사들은 다 백서에 따라 순수한 기술만 갖고 사업을 하는데, 정부가 그렇게 해석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시오 금지 방침에 대해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백서를 보고 혁신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들끼리 거래하고 투자하는 건데 이걸 왜 이렇게 심하게 규제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진입, 퇴출이 활발한 곳에서는 순수한 자본시장 원리가 적용되는 코인 이코노미로 가는 게 맞다. 그러면 (그동안 스타트업 지원에 투입된) 상당한 정부 재정을 복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아이시오가) 선기능을 많이 가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자금 조달은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유 부시장이 아이시오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투자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출신인 그는 앞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에서도 중소기업 자금조달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그는 “정부가 엄청 많은 돈을 들여 중소·혁신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도 노력을 많이 한다”며 “많은 재정이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한 게 하나도 없다. 재정만 낭비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시오라는 특이한 현상을 정부 정책에 활용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트코인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유 부시장은 정부나 금융기관은 전통적인 기업평가 기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혁신기업의 (가능성이 아니라) 매출이나 재무제표 등이 있는지를 본다. 근데 사업 시작하려고 리서치만 한 회사들이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 부시장은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엔젤투자 후 실패한 느낌이 들면 팔고 나와야 하는데 그런 세컨더리(유통) 시장이 없다. 근데 코인은 투자한 다음에 기술 보는 눈이 달라지면 팔고 나올 수 있다”며 “또 어떤 사람은 가능성을 보고 그 코인을 살 수 있으니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생태계가 스스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유 부시장은 암호화폐를 회색지대에 방치하지 말고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20이 최소한의 규제를 갖추라고 권고했으니 정부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규제 없는 규제’를 벗어나 진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융기관 자금세탁방지의 모든 기준을 코인 이코노미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며, 개인 간 거래는 제외하고 법정 화폐와 교환 지점에서만 고객신원확인(KYC), 고객확인제도(CDD)를 적용하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은 지난 7월23일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부산 문현혁신지구 등 11개 지역(110.65㎢)에 올해부터 2년간 29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특구 지정과 함께 7개 사업자의 4개 사업(물류, 관광, 안전, 금융)을 규제특례 대상으로 정했다. 이 중 부산은행의 ‘부산 디지털 바우처’ 사업에만 유일하게 암호화폐가 활용된다. 유 부시장은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면서 이제 정부 기류도 기존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방향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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