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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6 17:09 수정 : 2019.11.06 17:26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인터뷰]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대정부 권고안 ‘주52시간제’ 논란
“노동 다양화된다는 사실 인식 중요
플랫폼노동자 보호도 권고안 담겨
노동자 다수 보호 말자는 얘기 아냐”

“문 정부 공정경쟁 노력 칭찬받아야
부작용 인식·대응 타이밍은 아쉬워”
“사회적합의 데이터3법 무산위기 황당
기업인 장차관 막는 백지신탁 풀리길”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 가운데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도입된 주52시간 상한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단연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계, 시민단체, 진보정당이 즉각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위원회의 다른 여러 제안들은 주52시간제 논란에 묻혀지는 모양새다. 이달 말 2년 임기를 마치는 장병규 위원장을 지난달 31일 만나 주52시간제를 비롯한 대정부 권고안과 4차위 활동 전반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52시간제에 대한 비판을 해왔고, 매번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파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권고안에 주52시간제를 담은 데에는 강력한 소신이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는 “권고안 어디에도 ‘노동 유연화’란 표현이 없다. 일부러 ‘유연화’ 대신 ‘다양화’라고 표현했다. 유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종교전쟁이 된다. 논쟁이나 생산적 충돌이 아니라 일단 스톱이 된다. 그런데 그냥 스톱해도 될 이슈가 아닌 게 문제”라고 운을 뗐다.

“보다 중요한 건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이 다양화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일원화된 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긱이코노미, 플랫폼 노동자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권고안에 담겼다. 노동자 다수를 보호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고, 모든 사람의 노동을 유연화하자는 게 아니다. 권고안을 다 읽고 대화하면 좋겠는데 돌맹이부터 던지니 답답하다.”

장 위원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억대 연봉 노동자를 법으로 보호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주52시간제와 관련한 그의 초점은 다수 노동자가 아니라 소수의 혁신가에게 맞춰져 있다. 그는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다수결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혁신은 그렇지 않다. 본질적으로 혁신은 소수가 할 수 밖에 없다. 혁신을 보호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전에 기업들이 앓는 소리하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에만 예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장 위원장은 “현대차도 요즘 많이 바뀌고 있다. 현대차도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느끼는 거다. 대기업들도 절박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임원들은 계약직이니까 (주52시간제와) 상관없지만, 실제 혁신 일으키는 분들은 부장급이 많다. 그런 분들도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대기업에도, 본인에게도 좋다. 이런 게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정부 권고안은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장 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100억원 이상 투자하는 벤처투자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1000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한국에 없다. 미국과 중국계 자본이 독차지하고 있다. 더 큰 금융이 있어야 기업 구조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을 뛰어넘는 지역확장도 금융이 함께 가야 한다. 한국 금융 중 동남아, 중국 투자하는 곳이 별로 없다. 글로벌한 네트워크 지원할 수 있는 금융이 필요한데 한국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벌처 캐피털’은 기업 공격하고 쪼개서 팔아버린다. 창업자가 구조조정을 못하면 금융이 한다. 강성부펀드가 대한항공과 싸우고 있는데, 이는 전 국민이 더 좋아지는 방향이다. 이런 영역을 커버하는 금융이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그러면 대기업 의존할 필요 없다. 지금 신세계그룹이 파격적으로 경영진 바꾼 이유는 쿠팡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유통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고 국민 편익이 늘어나면 된다. 신세계든 쿠팡이든 누가 이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4차위의 권고안은 교육 혁신도 담고 있다. 미래 혁심역량 중심 초중등교육으로 변화하기 위해 학교의 자율성 보장, 학습자의 학습선택권 보장을 강조한다.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 등록금 자율 결정 등도 권고했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낙마사태 이후 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입시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정시확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교육개혁은 단기적인 것이다. 4차위의 권고안에는 중장기적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계속 추락하고 있고,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도 점점 줄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론은 들어본 적 없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권고안이) 현 정부 교육정책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단기-중장기 상호보완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이 대통령 직속 4차위를 이끄는 동안 기획재정부도 혁신성장본부라는 비슷한 조직을 만들었다. 쏘카 이재웅 대표가 민간본부장을 맡았지만 6개월 만에 사퇴했다. 장 위원장은 “4차위는 심의조정기구라 권한이 별로 없다. 4차위 관련 정책이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한 게 많다. 적어도 부총리 산하 조직인 혁신성장본부는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있었는데, 힘이 빠지고 유명무실해진 건 많이 안타깝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탄력을 덜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재웅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최근 검찰의 타다 기소로 이어졌다. 그는 “택시의 재산권이 형성된 것 자체가 본질적인 이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해 택시면허에 대한 재산권이 인정됐다. 택시 기사들이 분신자살을 한 것도 재산권에 기인한 거다. 택시 재산권 가치를 보존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안 풀린다. 그 문제 푸는 게 참 쉽지 않다. 지자체까지 엮여 있어서 더 어렵다. 야당이나 업계에서는 정부에 돌맹이를 던지지만, 지금까지 문제를 끌어온 것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건 인식해야 한다. 택시 업계도 길거리에서 투쟁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기소가) 오히려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늘 위험과 기회는 같이 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모빌리티 업계 입장에서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정책 의사결정권자들이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대기업과 건설투자 중심으로 회귀하고 혁신성장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현 정부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공정경쟁이다. 공정거래, 투명성, 절차적 합리성 등 열심히 한 부분은 칭찬받아야 한다. 경제규모로 봤을 때 대기업 중심 정책은 현실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대기업 불공정 거래까지 허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다만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제 등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있다. 그걸 인식하고 인정하고 대응하는 타이밍이 조금 늦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4차위의 권고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 정책으로 추진할까. 장 위원장은 “나도 가늠이 잘 안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데다, 총선이 내년 봄이다. 다만 합리적 판단을 하는 여권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공감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개별적 사안으로 가면 공감을 받는다. 그런데 정무적으로 가면 완전히 다르다. 현 정부에서 어떻게 잘 받아들일 것이냐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지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고, 총선 결과에 달리기도 했고, 남북관계나 미중관계에도 달린 것이라서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년 임기 동안 장 위원장이 손꼽는 최대 성과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데이터3법 개정안이다. 그는 “정부기관을 고발한 시민단체까지 모아서 합의를 해냈고, 법안초안까지 4차위에서 나왔다. 수년째 진도 안나가던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뤘는데, 국회로 간 지 1년이 지나 곧 (법안이) 폐기될 위기까지 가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내가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 있지만, 이걸 보니 진짜 아깝더라”며 허탈해했다.

장 위원장은 오는 26일 임기를 마친다. 내년 총선 출마설도 나오지만 그는 앞으로 2~3년은 자신이 창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옛 블루홀)의 기업공개(IPO)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인사들이 공적인 역할과 책임을 맡을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기업인이 장차관을 맡기 어렵게 하는 주식백지신탁 문제도 좀 풀렸으면 한다. 결국 민간과 관료, 당정청이 함께 가야 하는데, 민간은 정부와 국회를 잘 이해를 못하고, 당정청은 민간 혁신에 대한 이해가 약하다. 위원장 하면서 당정청 관계 등 많이 배웠고, 기업인으로서 큰 도움이 됐다.”

유신재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sjyoo@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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