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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7 19:32 수정 : 2005.02.07 19:32

진로 Story 2탄

1997년 화의 신청부터 매각을 앞둔 최근에 이르기까지 진로 처리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각종 의혹들을 짚어봤던 234호(1월17일자)가 나간 후, 독자들의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경영 부실로 무너지기는 했으나 이후 피나는 노력으로 정상화를 향해 달리던 한 기업이 차익 실현이 지상과제인 투기자본에 의해 휘둘리거나 매각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취재를 담당한 기자의 속내였지만, 의외의 목소리들도 많았다. 많은 독자들은 ‘외국 자본에 넘어갈 회사 소주를 우리가 왜 마셔야 하느냐’, ‘참이슬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국민소주인 진로를 국민이 감싸줘야 한다’는 등의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거센 ‘반(反)진로’ 주장에 파묻혀버렸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장진호 전 회장이 워낙 인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4월 진로가 부실징후 기업으로 지정되던 시점을 전후로, 여론은 장 전 회장의 부도덕함과 경영자로서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때문에 지금은 대부분 재산을 잃고 야인생활 중인 그를 두고 세상은 아직도 ‘진로=장진호’로 여기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은 “투기자본 반대운동을 국내 자본 살리기나 재벌 편들기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며 “소버린을 반대한다고 최태원 SK회장을 지지한다거나, 골드만삭스(이하 GS)를 반대하는 것이 장진호 전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주목하는 것은 국민의 사랑을 받던 국내 기업이 단기적 차익실현만을 염두에 둔 투기 자본에 휘둘리는 상세한 과정을 밝혀내는 일이다. 투기 자본이 시장을 교란하고 국부를 부당하게 탈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각종 규제책이나 법적 장치가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진로 매각과 관련된 또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가보자.

진로 매각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개별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매각주간사 메릴린치증권. 메릴린치증권은 ‘협상이 깨졌을 경우 주간사 책임한도를 최대(FUll)로 한다’는 업계 초유의 조건을 수용하고 매각주간사 자격을 따냈다. 당연히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게 메릴린치증권의 입장이다. 그 다음은 진로. 진로측은 매각이 하루빨리 이뤄져 경영이 안정되기를 바란다. 진로가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을 때 GS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강력히 비난했던 진로 노동조합 역시 같은 입장이다. 유정환 진로 노조 위원장은 “국민들은 언론보도 이후 외국 기업이 진로를 인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경쟁사인 두산 판매사원들도 이를 판매에 역이용하고 있다”며 “고용 안정을 우선시해야 하는 노조 입장에서는 현시점에서 GS에 대한 비난을 접는 대신, 노동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우호적 M&A만 된다면 경쟁 업체인 두산에게라도 하루빨리 인수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간사와 진로 노사가 매각을 서두르는 입장이라면, 진로 채권단과, 채권단의 일원이면서 일각에서 진로 파산의 주범으로 비난받는 미국계 투자은행 GS는 매각 가격을 올려 차익을 높이고자 한다. 법원은 진로 매각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차한성 판사가 진로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변동걸 전 파산3부 부장판사의 고교 후배”라며 “GS, 김앤장, 법원은 매각 지연을, 진로 노사와 주간사는 매각을 서두르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어쨌든 법원과 매각주간사는 당초 1월28일 이전에 진로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었다. 진로 노조는 이에 대비해 지난 1월24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매각공고 이후 노조 역할 등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매각공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주간사 메릴린치증권과 진로 회사정리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지방법원 파산3부(차한성 판사) 간의 IM(Information Memorandum: 매각주간사가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투자안내서) 내용을 둘러싼 의견 차이 때문이다.

법원과 매각주간사 등에 따르면, 메릴린치증권 직원들이 수개월에 걸쳐 만든 IM은 지난 1월24일 법원에 의해 소위 ‘빠꾸’당했다. 취재 결과, 법원이 퇴짜를 놓은 데는 우발채무 문제가 놓여 있었다. 기업 M&A과정에서 매각의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우발채무 문제에 대해, 법원은 ‘책임질 수 없다’며 버텨왔고, 매각 주간사는 ‘우발채무에 일정 책임을 지는 것은 국제 관례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매각이 어렵다’며 대립해 왔다. 최근 양측은 적은 규모의 우발채무 범위를 인정하되 신탁계좌(에스크로)를 만들어 관리하기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법원은 과다한 이행보증금(최종 인수대상자 두 곳에 이유없는 인수 불이행시에 대비해 받는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증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500억원의 과다한 이행보증금을 요구해 이를 설득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측은 최근 이를 300억~400억원선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이 액수 역시 과다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인수 희망자가 예비입찰 참가 후 조건이 맞지 않아 입찰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각조건 변경에 따른 인수거절 가능 범위’도 논란거리다. 이 범위를 주간사 측은 국제관례대로 자산 -10%, 부채 10%로 하자는 입장인 반면, 법원은 자산, 부채 모두 30%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스탠더드(국제 기준)를 법원이 계속 거절한다는 것은 시간을 끌면서 인수 희망자들을 애타게 만들어 매각가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게 메릴린치증권 고위관계자의 생각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정한 진로 적정 매각 가격은 ‘1조6천억~1조8천억원’이며 CJ와 롯데, 얼라이드도멕 정도만을 유력 인수 가능업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진로 동부 지역 판권 소유자가 진로의 미국판매법인인 진로아메리카를 상대로 판권 관련 소유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변수들도 IM 작성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격을 더 부풀려야 하는 GS 등 채권단의 입장과 함께, 이 같은 새로운 변수들의 등장은 진로 매각을 결코 쉽지 않은 작업으로 몰아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이중 플레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진로 매각을 좌우할 진짜 변수는 진로재팬 소유권 문제다. 진로재팬은 진로의 일본 내 소주판매법인으로, 진로소주는 현재 일본 소주시장 1~2위를 달리고 있다. 진로는 진로재팬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진로홍콩(지분 100%)을 만들어 진로재팬 지분 전량을 소유하게 했다. 진로측은 GS가 외자유치를 추진하던 진로에게 재정적 자문 제공과 진로 특정자산 매입의사를 밝히며 접근한 다음, 이때 입수한 진로 내부정보를 이용해 98년부터 2000년 11월까지 진로가 보증하고 진로홍콩이 발행한 금리연동부채권(FRN)을 집중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GS는 이후에도 부실채권 매집을 계속해 현재 진로홍콩 주식 전부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GS가 임명한 진로홍콩 파산관재인 켈빈 플린은 진로재팬 소유권이 진로홍콩에 있음을 주장하는 소송을 진로재팬 소유지인 일본법원에 낸 상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GS의 이중 플레이 의혹이 드러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로는 GS와의 소송과정에서 ‘진로홍콩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지만 주식 실물은 넘기지 않은, 일종의 가장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이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다. GS는 실제로 진로재팬의 소유권을 자신들이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로의 법정관리 개시 직후부터 진로측 변호를 맡아온 법무법인 정민의 이대순 변호사는 “마산공장에서 진로가 소주를 공급하지 않으면 판매법인에 불과한 진로재팬은 허수아비”라며 “이를 잘 아는 GS는 질 것이 뻔한 이 소송을 유지하면서 진로의 매각권리를 자기들이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GS는 누구든지 진로를 인수하면 도이치뱅크, JP모건에 이어 진로의 3대 채권자 중 하나의 자격으로 프리미엄이 얹어진 거액의 인수대금을 받을 뿐 아니라, 또 이와는 별도로 진로홍콩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소송 취하 등에 따른 합의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GS로서는 최대한 매각일정을 지연시키다가 최종 단계에서 높은 가격을 받고 진로홍콩을 넘기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로 장 전 회장쪽이 그간 일관되게 해왔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장 전 회장측은 “GS가 자산관리공사 소유 진로채권을 액면가의 15~20%에, 진로홍콩 부실채권을 10% 이하에 구입하고 이미 이자로만 원금 이상의 돈을 챙겼음에도, 보유 채권을 액면가로 되사든지 아니면 M&A를 주도해 떼돈을 벌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진로사태를 지켜봐온 사람들이 GS뿐 아니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현재 진로매각에 법률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율촌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 점도 관심거리다. GS가 진로의 재정자문 역이었다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진로의 법률고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김앤장은 진로에게 등을 돌렸고 이후 진로의 회사정리 개시 신청을 수행했다.

당시 진로에 대한 회사정리절차 개시 신청을 맡은 장본인은 GS의 계열사인 세나인베스트먼트(세나)라는 페이퍼컴퍼니였다. 세나는 GS의 또 다른 계열사로부터 진로 부실채권 870억원을 양도받은 후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대리인으로 서울 형사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학대 변호사(94년 개업)를 지정했다. 당시로서는 김앤장 출신도 아닌 김 변호사의 선임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GS와 김앤장의 연결고리는 재판과정 중 우연히 드러났다. 당시 진로측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이었던 모 변호사는 “형사부장 출신으로 국제 M&A 경험이 없는 김 변호사가 소송을 맡게 된 경위를 의심하던 차에 법원이 요구한 특정 서류의 팩스 발신처가 김앤장 사무실이었던 것을 알게 돼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고 변협에 진정도 했다”며 “나중에는 재판부도 재판과정에서 김 변호사에게 '당신은 그거 모를 테니 김앤장에게 내라고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이후 SK와 소버린의 소송건에서도 처음에는 최태원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가 이후 소버린이 갖고 있던 SK의 주식을 사가지고 들어와 소버린 법률대리인을 맡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명망 있는 대형 로펌 율촌이 진로 매각 관련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율촌과 김앤장의 연결고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율촌은 김앤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법조계에 알려져 있다. 율촌 출범 당시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들이 대거 합류했으며 현재도 우창록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10명 이상의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한 소장 변호사는 “김앤장과 율촌의 인사교류가 빈번하며 김앤장이 맡은 사건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면 잠시 율촌에 가 있다 잠잠해지면 컴백하는 수순을 밟는다”며 “과거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을 받았던 김앤장 출신 ㅈ 변호사가 이후 율촌으로 이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상 율촌이 진로 매각건에 법률자문사를 맡은 데 세간의 의혹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매각 관련 법률자문사는 매각주간사가 10여개 법무법인을 추천하면 이 중에서 진로가 선택하고 법원이 최종 인가하는 절차로 선정된다. 진로 법정관리인이야 어차피 법원이 지정하는 사람이니 그렇다 쳐도, 법원이 율촌을 택한 것은 법원 스스로 말썽의 소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어도 마땅한 것이었다. 율촌은 이번 주간사 IM 작성과정에서도 ‘진로재팬의 소유권 분쟁 해결을 위해 홍콩측 채권단과 협상 중’이라는 문항을 삽입하도록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왜 진로 말은 듣지 않았나?

지난 2003년 5월14일 서울지방법원 제3파산부의 결정으로 진로는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됐다. 하지만 이 판결에 대해 진로측 변호인들은 아직도 많은 의문점을 제기한다. 쟁점은 당시뿐 아니라 이후에도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의 중요한 판단 요건이었던 채권자 동의 확보에 관한 것이다. 당시에 채권자 동의 60% 이상 확보는 법적 규정은 아니었지만 확정된 관행으로 회사정리절차 개시 여부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당시 진로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은 68%가 넘는 정리절차 개시 반대표를 확보하고 승리를 확신했지만 당시 재판부(부장판사 변동걸)는 “채권자 동의 확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변수에 불과하다”며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당시 변호에 참가했던 한 변호사는 “재판 초기부터 채권자 동의율이 변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재판부가 표명했더라면 다른 부분에 집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항소심(서울고등법원 민사30부, 부장판사 오세림)에서도 진로측은 패소한다. 이에 대해서도 변호인측은 “항소심 막바지에 장 회장을 구속한 것이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며 “채권자 동의, 갱생 가능성, 외자협상 진행 등 모든 것을 다 공개했는데도 결국 패소했다”고 말했다.

이후 진로측이 GS와 김앤장 소속 김용무 대표 변호사 등을 고발하고 김앤장측도 당시 진로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세종의 황상인, 덕수의 고형식, 태평양의 김인만 변호사 등을 맞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한번도 검찰에서 부르지 않았다”며 “당시 법조계도 김앤장을 지지하는 소수 법조인과 진로 변호인단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곤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S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진로홍콩 및 진로 채권을 매입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GS는 “진로의 내부정보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부서와 자문 부서 간에는 고객에 관한 어떤 정보 교환도 이뤄지지 않는, 소위 차이니스월(Chinese Wall)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로의 국제변호사였던 고형식 변호사는 한 저서에서 ”비밀유지협약을 맺으면 자문사가 고객 비밀유지의 의무를 임직원에게 알리고 위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비밀유지 협약을 준수하는 미국에서도 차이니스월이 종종 허물어지며 이를 이유로 미국 증권감독위원회가 GS와 다른 투자 은행을 징계한 바도 있다”고 적고 있다. 법무법인 정민의 이대순 변호사도 자문사의 이 부서와 저 부서가 고객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왜 국내 변호인단이 입증해야 하느냐”며 “GS의 행위는 국제법을 따질 필요도 없이 업무상 배임이며 사기행위”라고 말했다.

진로의 회사정리절차 개시 직전 당시 변동걸 부장판사, 김학대 변호사, 문상목 전 진로 사장 등의 골프모임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당시 골프모임 장면을 찍은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변호인단은 결국 이것이 진로가 이후 재판에서도 연전연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후회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후보 1순위였던 변 부장판사를 직접 건드린 꼴이 됐고 이미 장 전 회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라 재판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법원쪽에서도 ‘왜 변 부장을 건드렸느냐’는 말이 계속 나왔고 이후 진행된 장 회장 개인에 대한 형사고소건에서는 검찰보다 법원이 더 난리를 쳤다"고 말했다.

투기 자본을 감시하라

2005년 1월 말 현재, GS의 불법행위 의혹을 들어 진로의 회사정리절차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 차익실현만을 목적으로 한 해외 자본의 투기적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최근 론스타펀드의 동아건설 파산채권 매입 입찰을 위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을 고소해 결국 론스타가 채권입찰을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센터측은 “론스타가 다른 유령펀드를 내세워서라도 입찰을 재시도할 것”이라며 “론스타뿐 아니라 삼정회계법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재정경제부장관 등 관련자들을 전부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 정종남 사무국장은 “론스타 이후에 GS에 대해서도 감시를 계속할 것”이라며 “국내외 법률 및 금융전문가들을 영입해 이들을 통해 전현직 고위관료들에게 줄을 대서 내부정보를 취득한 후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빠지고 방식의 투기 펀드가 횡행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도 투기 자본 견제에 나섰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김종인 민주당 의원 등이 주도하는 가칭 ‘투기 자본 견제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오는 3월 출범을 목표로 세력 만들기에 나섰다. 심상정 의원실의 임수강 보좌관은 “투기 자본이 서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과 금융감독체계의 진단 및 개혁방안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에서도 GS와 진로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고민우 바른사회시민운동 대표는 “올해 우리나라가 최대 M&A시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투기 자본과 정당한 투자 자본을 구분하고 이를 견제하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며 “여론을 더욱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도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워버그핀커스, 헤르메스펀드 등에 대한 불법 여부를 조사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법조인은 “일시적 조사에 그치지 말고 법체계를 바꿔서라도 이들의 불법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며 “한국 내 부실채권 취급시 모든 투기펀드가 금감위 등록 및 인가를 받도록 하고 국내 기업과 동일한 감독 및 조세 처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순 변호사는 “2년, 3년이 걸리더라도 GS 등 투기 자본의 위법을 꼭 파헤치고 말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종길 기자 jerry@economy21.co.kr 김연기 기자 ykki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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