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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2 19:05 수정 : 2006.02.12 19:05

이익 대부분 주식투자나 부실기업 회생 따른 일회성…이자 이익은 미미하거나 손해

“영업을 통해서는 제대로 이익을 내지도 못하면서 몸집불리기 등에만 너무 골몰하는 것 아닙니까?”

한 시중은행 간부급 직원의 고백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최대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자랑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다. 이익의 대부분은 주식투자나 부실기업 회생, 경기회복에 따른 충당금 감소 등 경기회복에 따른 ‘덤’으로 얻었다. 은행 고유의 수익원인 이자·수수료·파생상품 부문의 이익은 미미했거나 오히려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각 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집계를 보면, 2005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13조37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조6천억원(52%)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늘어난 당기순이익 가운데 대부분인 3조4900억원은 유가증권 처분 수익과 부실화됐다가 회생한 출자전환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얻은 ‘일회성’ 영업외 이익이었다.

또 경기가 좋아지면서 부실여신이 크게 줄어든 탓에 대손충당금전입액이 무려 4조4900억원이나 줄어든 영향도 컸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빌려준 돈을 떼일 경우를 감안해 미리 쌓아두는 돈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적립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순익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고유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조3800억원(5.2%) 늘어나는데 그쳤고, 각종 수수료와 주식 등 유가증권, 외환·파생관련 수익등이 포함되는 비이자수익은 전년보다 오히려 1조7천억원(29.4%) 감소했다. 결국, 전체 은행권의 총이익(이자·비이자수익)은 전년보다 3조7천억원이 줄었으며, 영업외 이익과 충당금전입 감소에 따른 이익이 커지면서 사상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는 얘기다. 충당금적립전 이익 증가액을 보면 1조598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고작 8.3% 늘어 50%가 넘는 당기순이익 증가폭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시중은행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지난해 2조2천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익을 거둬 전년에 비해 무려 500%가 넘는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전 이익을 보면 오히려 1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7천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둔 신한은행도 충당금적립전 이익은 12.5% 줄었다. 우리은행은 전년보다 충당금적립액이 40%나 줄어들었지만, 이자·비이자수익 증가가 2.1%에 그치는 바람에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7.5%나 줄어든 1조4258억원에 그쳤다. 1조9천억원의 사상최대 이익을 낸 외환은행도 대손충당금 적립이 줄고, 하이닉스·현대건설 등 부실기업의 출자전환된 주식가치가 급등하면서 거둔 이익이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지난해 은행권이 거둔 이익이 ‘착시현상’이거나 ‘거품’으로 보인다”며 “최근 은행들이 외환은행·엘지카드 인수·합병전에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본질적인 수익 창출능력을 높이지 않으면 규모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본질적인 영업능력이 제고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며 “수익다각화와 경영효율을 높여 수익을 거둘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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