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9 18:22
수정 : 2006.02.20 00:39
금감위, 씨티·SC에 국내법인 권한 명문화 요구
“씨티은행 인사·대출 지나친 개입 부작용 심각”
금융감독당국이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은행 현지법인’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분의 100%를 가진 외국 본점의 간섭을 가능한 줄이고, 현지법인의 권한과 책임을 높일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는 은행 본점의 영향력이 지나치다보니, 노사문제나 대출 영업 등에서 국내 현지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수가 나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한국씨티와 에스시제일은행 등 외국은행 현지법인에 △인사 △예산 △대출·리스크관리 부문에서 현지법인의 권한과 책임을 내규로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19일 “본점의 경영권은 존중하지만 현지법인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지법인의 권한을 내규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은행에 대한 본점의 영향력은 국내 은행과 견줘 막강하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임원 인사는 물론 일반 직원 인사도 본사(아태본부)에서 관여한다. 대출도 일정 규모 이상은 본사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특히 대기업 여신의 경우 거의 본사에서 결정하는데, 길게는 석달까지 걸리는 바람에 대기업들이 한국씨티에 대한 대출신청을 꺼린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반대로 현지법인 행장의 권한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점포 신설은 물론 각종 비용에 대한 전결권도 제한되며, 상품개발이나 대출 승인권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의 중소기업 대출이 자꾸 줄어드는 것도 본사의 글로벌 정책과 맞닿아 있다”며 “본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 강화 때문에 늘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씨티의 노사 갈등도 본사의 지나친 인사 관여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에스시제일은행의 경우 부행장급 밑으로는 인사 때 본사 승인을 받지 않는 등 한국씨티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는 에스시가 제일은행 조직 위주로 통합돼, 씨티 서울지점 위주로 통합된 한국씨티보다 현지화·토착화의 정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조처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 속에 하나의 부품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현지법인’에 대한 감독 체계를 세우기 위해서도 필요했다는게 금감위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씨티 출범 이후 지난해 처음 검사를 나간 금융감독원 검사국 직원들은 생소한 업무 편제와 의사결정 구조, 사사건건 본사의 승인이 필요한 시스템 때문에 검사기간이 국내 은행보다 2배 이상 걸리는 등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은행 현지법인의 경영방침에 대해 ‘시장에 맡길 일’로 볼 수 있지만 망가질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국내은행 수준의 감독은 이뤄져야 한다”며 “본점 또는 다른 곳의 부실이 국내 현지법인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본점을 감독·검사할 수 없는 만큼 현지법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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