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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1 19:13 수정 : 2006.02.22 07:41

다시 불거지는 ‘외환은행 2003년 매각의혹’ 진실공방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 등 불법행위가 있었고 정부당국의 정책판단에도 오류가 있었다는 시민단체·노동계의 주장이 정치권으로도 이어져 공방이 뜨겁다. 국회는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주 감사원 감사청구에 합의했고, 21일에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매각에 관여했던 인물들은 “근거도 없는 정치공세”라며 완강하다. 시민·노동단체와 정치권, 금융계에서는 관련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은 터에 론스타가 현재 추진 중인 외환은행 재매각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부 유출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외환은행 매각 공방의 세 주역인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정부), 이강원 전 행장(외환은행), 심상정 민노당 의원(야당)을 직접 만나 3대 핵심쟁점을 조명했다.

① 부실정도 조작했다-아니다

BIS비율 조작됐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핵심은 외환은행의 부실화 정도이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와 감독당국이 외환은행의 2003년 말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추정치를 6% 정도로 지나치게 낮춰잡아 결국 투기성펀드인 론스타에게 경영권까지 팔아넘겼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BIS비율이 8% 이하일 경우 부실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심 의원은 “금감위에 대한 문서검증 결과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비관적 시나리오 전제 경우) 추정치가 2003년 5월 8%대, 6월 9%대에서 매각 직전인 7월 6%대로 갑자기 낮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매각 당시 은행 이사회에 보고된 내부보고서의 BIS비율(10.0%)과 감독원에 제출한 수치(6.16%)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이 금감위에, 금감위가 재경부에 제출해 결국 외환은행의 부실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는데 근거가 된 보고서(BIS비율 6.16%), 즉 ‘의문의 팩스 5장’이 누구의 지시로 만들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결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사전에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팔아넘길 시나리오를 갖고 BIS비율을 고의로 낮춰잡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강원 전 행장(현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이사회 보고서의 10% BIS비율은 희망 목표치일 뿐이며, 외자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BIS비율이 6%, 최악의 경우 4%대까지 떨어질 위기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이었던 김석동 차관보는 “금감원이 외환은행으로부터 연말 BIS전망치가 6%대라는 팩스를 받고 이를 토대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하이닉스와 외환카드 부실이 현실화하면 BIS비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보는 “실제로 2003년 말 론스타 자금(1조3천억원)을 뺀 BIS비율은 4%로 나와,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 외환은행이 파산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 론스타 자격없다-유일 대안

대주주 적격성 판정 문제없었나= 외환은행을 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는 투기성 펀드에 매각하게 된 경위도 쟁점이다. 은행법 제5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또는 금융 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국내에서 금융업자로 승인을 얻을 수 없다. 론스타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여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다. 심 의원은 정부와 감독당국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회사로 전락시켜 결과적으로 은행법(제8조 2항)의 예외 승인규정을 적용시켰다는 주장이다. 승인 심사과정에서도 일본의 론스타펀드 탈세의혹 등 부적격성을 감안하지 않은 데다, 매각 결정 이후 적격성에 대한 사후 확인조차 벌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외환은행은 당시 여러 국내외 인수후보와 접촉했으나 모두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론스타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한다. 김 차관보는 “정부는 이미 2001년부터 조흥·외환을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다른 은행과 합병 방안을 모색해왔다”며 “하이닉스·외환카드 부실이 현실화됨에 따라 외환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해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공적자금 투입이 여의치 않고 기존 대주주 증자도 거부당해 매각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었다”며 “론스타만이 유일하게 투자의지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전 행장도 “7~8개 국외 투자자를 접촉했으나 모두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매각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들과는 달리 론스타에게만 경영권 양도 조건을 제시한 점을 들어, 론스타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사전에 론스타를 인수자로 결정해놓고 매각작업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와 금융당국·외환은행 전직 임원들을 한데 묶어 ‘불법매각 원흉’이라고 부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주장으로, 국제사회에서도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③ 행장 수억받아-국제 관행

외환 전 임원들 배임혐의 성립되나= 이 전 행장이 퇴직금을 과도하게 받고 퇴직 후에도 고문으로 남아 수억원을 받은 사실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행장은 행장 퇴직금과 함께 3년 계약으로 경영고문직을 맡다가 5개월만에 그만 둔 뒤 남은 30개월여 기간의 고문료 7억원어치를 모두 받았다. 심 의원은 “계약 내용에 5개월 이후 언제든 고문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옵션을 준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배임 여부는 물론, 매각 당시 매각가격 극대화를 위한 노력 등 신의 성실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와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매각 진행한 이유 등에 대한 의문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혹 당사자인 이 전 행장은 “퇴임 뒤 받은 보수는 행장·고문직 잔여임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받은 것으로 이는 상법상 보장되어있는 것”이라며 배임혐의를 일축했다. 김 차관보 역시 “피인수 기관의 최고경영인이라고 해서 모든 책임과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것은 국제관행상 없는 일”이라며 “이 행장은 당연한 자기 권리를 행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한 비판은 정서적인 문제일 뿐, 국제관행 등에 비춰볼 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성재 박현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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