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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3 19:39 수정 : 2006.02.23 19:39

경제프리즘

“승용차나 전기밥통만 리콜하는 줄 알았는데, 돈도 리콜을 하나요?”

한국조폐공사가 지난 21일 새 5천원권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화폐가 리콜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갑속의 새 5천원권을 꺼내 혹시나 불량지폐가 아닐까 뜯어보고, 직접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을 찾아가 확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한은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 인터넷에는 불량의심 화폐에 대한 문의와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발권기관인 한은과 조폐공사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새 5천원권 불량지폐는 돈 위에 홀로그램 장치(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나 무늬가 변하도록 한 것)가 부착되지 않거나 일부분만 붙어있는, ‘잘못 인쇄된 지폐’입니다. 지금까지 3장의 불량지폐가 발견됐으며 리콜된 1680만여장 가운데서도 최대 40장 정도의 불량지폐가 더 발견될 수 있다고 한은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유통된 지폐 중에서도 불량지폐가 더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은과 조폐공사는 “기계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지폐를 직원이 육안으로 재검사하는 과정에서 결함을 발견하지 못한 채 공급됐다”고 해명하며 뒤늦게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겪을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나,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불량지폐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종종 있는 일인데 우리 국민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과민 반응’이라고 나무랬습니다. 한은도 “새로 도입된 제조·검사기계가 시간이 지나 안정되면 불량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소극적 대책을 내놨고, 육안 검사의 오류를 개선할 방안 등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습니다.

한은은 최근 일부 노점상들이 동전을 녹여 장신구로 만들어 팔고 있다며 “화폐 훼손행위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해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은과 조폐공사는 정작 자신이 제조하고 유통시킨 불량지폐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은과 조폐공사가 ‘방만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는 이유가 있어보입니다. 올해 새 5천원권에 이어 내년에 새 1만원권·1천원권 지폐를 기다리는 국민들의 불안감과 불신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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