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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5 19:38 수정 : 2006.03.06 09:49

경제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오는 2010년까지 한국은행을 이끌 차기 총재가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겨레〉 설문에 참여한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4년 한은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지만, 차기 한은 총재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서는 달성이 결코 쉽지 않은 다양한 주문들을 많이 내놨다. 특히 과거 시장에 불확실성을 남겨 혼란을 불러왔다는 신랄한 비판과 함께, 글로벌 시대에 맞춰 시장을 선도하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높여 한은의 위상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유가·원화 강세 헤치고
경제회복 불씨 살려가야
물가목표관리제 수술대

“앞으로 넘어야 할 산 많다”=〈한겨레〉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20명 가운데 10명은 ‘그동안 한은이 잘 해왔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보통’과 ‘별로 못했다’는 응답은 각각 5명에 그쳤다. 그러나 ‘한은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주로 한은의 ‘시장 선도기능 부족’(7명)과 ‘오랜 저금리정책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거품’(4명)을 실책으로 지적했다. “경기전망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져 선제적 정책대응을 못했다”, “불필요한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을 교란시켰다”, “신중치 못한 정책으로 시장에 끌려다녔다” 등과 같은 비판도 많았다. “자산시장의 거품을 방조했다” “한은 독립성이 미흡했다”란 불만도 나왔고, “가장 관료적 조직”“적극적 역할수행 부족”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는 ‘시장 선도’‘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타깃팅) 수정’‘독립성·전문성 강화’ 등이 주로 지적됐다. ‘금융감독권 다시 회수해야’‘관료적 매너리즘을 고쳐야’‘전문 연구인력 확충 시급’ 등의 요구도 나왔다. “물가안정목표를 낮춰잡아야 한다”“목표범위를 현재의 근원인플레이션율(곡물, 유가 등의 품목을 빼고 소비자물가를 작성한 것)에서 소비자물가로 바꾸고 관리기간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켜야 한다”“금리정책에 물가 뿐 아니라 경기요인·대외여건·자금이동 등도 고려해야한다” 등 현행 2.5~3.5%로 잡혀있는 물가안정목표제를 보완·수정해 앞으로 한은의 물가관리 기능과 통화(금리)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은이 물가 이외에도 고용 등 다른 거시경제 지표 관리할 임무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기총재의 과제들=당장 올해 고유가와 저환율(원화강세) 탓에 불안한 우리 경제의 회복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적절한 금리정책을 통해 물가를 목표범위 이내로 관리해야하는 것은 한은의 고유 임무이다. 특히 물가안정목표제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산 값싼제품 덕에 지난 3년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한번도 관리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일부에서 ‘중앙은행 무용론’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명)의 구성과 운용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되도록 보완하자는 주장으로, 사실상 3명에 이르는 정부 추천을 줄이고 학계·국회·노동계·시장의 시각을 보다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내년 초 1만원권·1천원권 신권 발행과 정부와 논의를 거쳐 10만원권 고액권을 발행하거나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가치변경)을 준비하는 일도 새 총재의 손에 넘어갔다.


한은은 은행감독원 분리·한은법 개정 등을 거치면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상당 부분 확보했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부의 입김을 제거하는 일은 여전히 남아있다. 갈수록 불어나는 한은의 적자와 관료화된 조직문화 개선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전문성·독립성 높이고
관료화된 조직 개선을
화폐가치변경도 과제

차기 총재는 어떤 덕목 갖춰야하나= 버냉키 신임 미국 연준의장이 지난 1월 말 그린스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때 전세계는 그를 ‘준비된 의장’이라고 불렀다. 그는 대학에서 통화정책 등 경제학을 전공했고, 연준 이사(한국의 금통위원)로 3년간 현장 수업을 받았으며, 의장 후보로 거명되기 직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은 총재 후보에 대해 이런 검증 과정을 통해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권이나 정부·학계에서는 아직 이런 작업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겨레〉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이 차기 총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것은 ‘정확한 경기진단과 예측 등 통찰력’과 ‘시장친화력’‘경제에 대한 해박한 경제지식’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제·통화금융 이론과 실전 경험이 풍부해 ‘전문적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밖에 결단력·경제관과 지도력·언행의 신중함 등이 거론됐다.

현재 차기 한은 총재로 거론되는 10여명의 후보군 가운데 이런 덕목과 자격을 갖춘 후보로 정운찬 서울대 총장, 이성태 한은 부총재, 박철 한은 고문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 중 이성태 부총재는 내부인사라는 잇점과 함께 한은업무를 잘알고,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선배(부산상고)라는 점 때문에 가장 많이 꼽혔다.

정운찬 총장도 금융통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예전에도 총재직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 전 한은 부총재도 이성태 부총재의 입행 동기로 업무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태동·이덕훈 금통위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심훈 부산은행장, 박영철 공자위원장도 표를 얻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설문조사에 참가해주신 분 (가나다 순서)

△ 학계: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 정치권: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 은행권: 강정원 국민은행장, 김종렬 하나은행장, 송기진 우리은행 부행장, 오상영 신한은행 부행장,

△ 경제연구소: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금융분석팀장,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 이계화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실 수석연구원, 조성빈 KDI 부연구위원,

△ 재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 상무,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 장지종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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