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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6 17:55 수정 : 2006.03.06 17:55

생생 투자칼럼

40대 중반의 한 고객이 얼마 전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30여 년 전 자신의 졸업식 사건이 생각나 서글펐다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졸업식 하루 전날, 졸업생 600명이 모인 강당에서 예행연습을 하던 중 시상대 한쪽에서 연습순서를 기다리던 그를 갑자기 옆반 담임선생님이 불렀다. 그리고 다짜고짜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모든 졸업생이 보는 앞에서, 한두 대도 아니고 20여차례나, 그것도 뺨을 때린 것이다.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선생님은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수백명 앞에 서 있으려니 쑥스럽더라구요.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학생은 그날 일을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슴 깊은 곳에 그날의 아픔을 묻어두고 있었다. “적어도 내 자식들에게만은 그런 선생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죠.” 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지만, 아이들이 좋은 교사 밑에서 배울 수 있도록 농촌의 작은 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해 10년째 살고 있다.

교육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아주 단순한 얘기다. 대화만 잘 해도 많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소득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행복 요건이다.

가정 경제에서도 그렇다. 대화는 부부간에도 있어야 하고, 자녀들하고도 해야 한다. 가정을 꾸린 사람들만 그런가? 그렇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도 자신과 대화를 해야한다. 나는 장차 무엇을 하려고 하고, 그걸 이루려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떤 증권사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5만원짜리 적립식펀드를 가입하려고 온 고객에게도 저는 그분의 꿈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그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보다 높다거나 안정적이라는 설명을 하기 전에, 장차 무엇을 하고 싶어서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건지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축(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라 목적과 기간이며,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수익률은 마지막에 따질 일이다.

대화를 통해 고객의 꿈(재무목표)이 무엇이고, 그것이 현실적인 것인지 지나친 것인지도 나눠봐야 한다. 또 그 꿈을 이루려는 방법이 적절한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런 대화는 고객과 금융전문가만 나눌 얘기가 아니다. 자신에게 되물어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할 얘기다. 이런 과정 자체가 바로 삶의 한 부분이고 행복이다. 이렇게 충분히 나눠진 꿈은 이미 반 이상을 성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학진학과 전문학원 수강, 그리고 헬스클럽까지 다니고픈 간호사가 있었다. 정해진 수입 내에서 그 꿈들을 다 이루기도 어려운데, 과거 잘못된 소비습관 때문에 카드연체 빚도 200만원 정도 있었다. 원칙대로야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삶은 수학문제와 다르다. 세가지 꿈에 대한 진지한 상담 끝에 그는 상환기간을 연장해 카드빚을 해결하고, 수입을 늘리는 방법으로 전문학원 수강을 선택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진정 물려줘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대화하는 문화다. 돈 문제를 어려서부터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유산이다.

라의형/포도에셋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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