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3 19:21
수정 : 2006.03.13 19:21
생생 투자칼럼
김아무개씨는 지난 1년 동안 ‘재테크’를 정말 열심히 했다. 돈 모으는 법을 알려주는 신문기사나 뉴스를 스크랩해 두고 적극적으로 실천도 했다. 재테크 강연회도 열심히 찾아가 듣고 강사에게 꼬박꼬박 명함까지 얻어뒀다가 나중에 따로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되돌아보니 별다른 성과도 없었고, 지금까지 제대로 재테크를 해 온 것인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김씨의 경우처럼 신문이나 방송에서 쏟아지는 재테크 정보에 촉각을 세운다. 저금리와 고령화문제에 직면한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이러다보니 원금보존형 상품에서부터 선박펀드, 경매펀드, 부동산펀드 등 조금만 색다른 상품이라면 자금이 밀물·썰물 마냥 몰려다닌다.
신문·방송에서 쏟아지는 재테크성 정보는 검증되지 않은 신상품을 강조하고 세제 혜택을 중요시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 1년 정도의 단기적인 투자정보를 기본으로 한다. 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주로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 상품 판매 담당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재테크’(財Tech)라는 단어 자체가 단기적이고 계획성 없는 투자라는 어감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한 용어가 아니다. 자산이라는 뜻의 ‘재’(財)와 전문적인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합쳐진 재테크는 용어의 출처나 지향하는 목표가 불분명한 말이다. 단순한 투자지식을 강조하는 재테크 보다는 살아있는 동안의 자금 흐름을 따져보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재무계획(Financial Planning)’이 더 적합한 말이다.
재테크에는 몇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재테크에는 장기적인 투자계획이 없다. 1년이나 6개월 단위의 자금 운용방법을 이야기 하다보니 노후자금이나 자녀학자금과 같은 뚜렷한 투자목적에 따른 자금운용방법을 선택하지 못한다. 둘째, 재테크는 항상 고수익만을 지향하려고 한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주는 상품만 잘 골라내 투자하겠다는 태도다. 이러다보니 투자 성과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재테크는 감각적인 판단에 의존해 무모하게 투자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투자하기 전에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막상 투자에 나서면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한다. 마치 시장에서 콩나물 살 때는 10원, 20원에 벌벌 떨다가도 자동차나 가구 등 고가 상품에 대해서는 별로 따져보지도 않고 과감할 정도로 지출하는 태도와 같다. 넷째, 재테크는 투자자보다 금융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추천이 적지 않다. 실제로 자금이 어느 금융상품으로 몰렸다는 것은 그 상품의 상품성이나 수익성보다는 판매회사의 정책적인 측면이 많다. 대개 투자자들은 판매직원이 추천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마련이다. 관행적인 ‘재테크 문화’에서 벗어나야 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사회를 이겨낼 바람직한 펀드투자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민주영 FPnet 금융컨설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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