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흥·하나 보유지분 50% 이상 사기로
1200억원 안팎…“쥐어짜는 구조조정 없다”
토종 사모펀드(PEF)를 표방하는 보고(Vogo)펀드가 비씨카드 인수에 나섰다. 보고펀드는 다음달께 2~3개 투자기업을 추가로 공개하고, 국외 펀드와 연대·제휴하는 등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보고펀드는 16일 “우리은행, 조흥은행, 하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씨카드 지분 양수도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최근 체결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와 3개 은행은 한달간 정밀실사를 한 뒤 가격 등 매매조건에 대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씨카드 지분은 11개 은행이 나눠 갖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27.7%, 하나은행은 16.8%, 조흥은행은 14.9%의 비씨카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영혜 보고펀드 이사는 “3개 은행이 보유한 59.4% 지분 중 50% 이상을 우선 인수하고 다른 은행들로부터도 추가 지분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비씨카드의 장부가가 2천억원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지분 50%의 인수가격은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한 뒤 장기적으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설립 뒤 보고펀드가 국내에서 모은 자금은 5110억원에 이르며, 인수 기업 하나 당 투자금액을 20~25% 제한하는 보고펀드 내부 규정으로 볼 때 비씨카드 인수에 사용될 금액은 12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펀드의 첫 투자처가 비씨카드로 결정된 데 의아한 부분도 없지 않다. 보통 사모펀드는 부실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비씨카드는 2004년말 현재 총자산 3897억원, 영업수익 3975억원이며, 2005년말 회원 1800만여명, 가맹점 220만개를 보유한 국내최대 규모 신용카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이사는 “비씨카드 지분을 은행들이 함께 보유하다 보니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주주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비금융기관이 독립적 대주주가 되면 회사가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여 더욱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비씨카드가 몇년간 운영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을 해와, 인수하더라도 쥐어짜는 형태의 구조조정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토종펀드임을 내세워 설립된 데다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야하는 보고펀드의 성질상 수익 극대화만을 지나치게 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이사는 “국내 자금 모집에 한계가 있어 추가로 국내외에서 펀딩 작업을 진행 중이며, 한두달 안에 제휴할 외국 펀드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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