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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2월 중 콜금리 목표를 정할 금융통화위원회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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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총재 “아직 봄은 아니지만 대한은 지났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인 연 3.25%에서 동결했다.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조금씩 풀릴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금리인하 카드를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박승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는 아직 봄은 아니지만, (입춘 앞 절기인) 대한은 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표시했다. “장기추세 3~4월쯤 판단”신중 ■ “경기 더 나빠지지 않는다”=한은이 콜금리를 동결한 것에는 경기지표 호전으로 금리를 더 내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와,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만큼 경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함께 깔려 있다.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박 총재는 “경기지표 중에서 예상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없다”며 “국내 경제는 하향세보다는 상향세가 우세하다”며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소비 지표들이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을 두고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되고, 수출 호조와 기업들의 연말 상여금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기회복 징후들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한 것인지는 3~4월 쯤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아직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저조하고 수출 증가율도 주춤한 상태이며, 불안한 물가도 걱정이라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재정경제부는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징후가 나타날 때, 기름(금리 인하)을 더 부어 추세를 확실하게 반전시키자는 쪽이지만, 고유가 추세 지속과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점 등 물가불안 요인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 금융시장 반응 및 전망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보합세를 보이다가 전날보다 0.12%포인트 떨어진 연 4.31%로 마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으로 보아 한은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봤으나, 오히려 시장금리 급등을 우려하는 박 총재의 발언이 나온 게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금리 상승세가 진정된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애실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분위기가 있고, 채권 공급 초과 등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리 상승 추세가 꺽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최근의 금리 급등 현상을 두고 “국고채 등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인 콜금리 아래로 떨어졌던 지난해말의 비정상적인 금리역전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지난 2001년과 2002년에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금리가 급상승한 적이 있었지만 곧 정상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환율 안정책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한은이 콜금리를 더 낮춰 장기금리를 좀 끌어내려줘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예금금리 0.1~0.2%p 올릴듯 한편, 한은이 혹시 금리를 내릴지 몰라 예금금리 인상을 미뤄온 은행들은 국민, 하나은행과 농협의 뒤를 이어 잇따라 실세금리 상승분을 반영한 예금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 우리, 기업은행은 조만간 내부 회의를 거쳐 1년만기 정기예금 등 일부 예금상품 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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