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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4 18:10 수정 : 2006.04.04 18:10

삼성생명 “신용등급 낮으면 가입 제한” 기고문

금감위 “차별 금지” 부정적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심사 때 가입자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방안의 추진을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신용도가 나쁜 사람은 아예 보험에 가입하기 어렵거나, 가입하더라도 보험료가 대폭 오르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빚보증이나 파산 등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 오히려 미래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안전망의 양극화’ 현상도 우려된다.

삼성생명은 이번주 발간되는 ‘월간 생명보험’ 4월호에 “보험 가입 심사 때 나이나 질병 등을 고려해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것처럼 고객의 신용등급을 파악해 가입 여부와 가입 금액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개인신용도를 보험 가입 심사 자료로 활용하고 있고, 신용도와 보험사고 사이에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그 근거로 2004년 기준의 고객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신용등급이 8등급 이하인 신용불량 고객에게 가입 1년 안에 보험금을 지급한 비율이 17%로 일반 고객(11.4%)보다 높았으며, 보험사기로 적발됐거나 관련된 가입자의 51%가 신용등급 8등급 이하라는 통계를 내놓았다. 또 신용 불량 고객의 가입을 제한하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아져 신용도가 좋은 고객에게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금을 노린 자살이 많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허용하면 자살을 방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도규상 금융감독위원회 보험감독과장은 “신용등급을 활용하는 건 자유지만, 신용등급과 보험금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을 금지하는 보험업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도 “특정 그룹의 위험도가 높다고 해서 가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생계가 어려운 신용불량자들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데, 보험사들이 눈앞의 이익 때문에 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잊은 게 아닌가 싶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기고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실무부서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시행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보험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총대를 매고 외부 반응을 떠보기 위해 ‘풍선’을 띄워 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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