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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아파트 대출 압박하자
6억미만·연립·단독 눈돌려
보험등 제2금융권은 물량공세
‘주택담보대출’ 정부-은행 엇박자
“정부가 잡으려고 다가서면, 은행들은 한 걸음 더 도망가고….”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8·31 대책으로 주택담보비율(LTV)을 낮춘데 이어 이번 3·30 대책에서는 소득 수준에 맞춰 대출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적용 대상을 투기지역 내 6억원 이상 아파트로 제한했지만, 집값 불안이 계속되면 언제든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금융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정부의 이런 기대에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 값싼 금리를 앞세워 새로운 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영토 확장 경쟁에 바쁘다. 심지어 이런저런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3·30 대책 이후 가장 발빠르게 새 상품인 ‘주택파워론’을 내놨다. 그동안 담보 가격이 확실한 아파트에 치중했던 대출을 연립이나 다가구, 단독주택 중심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서민금융 특화상품”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포화상태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국민은행도 기존 ‘케이비(KB)스타모기지론2’를 이용해 6억원 이하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또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품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 하나은행도 비슷한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일선 지점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 정부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연 5.7%)을 취급하는 국민, 우리, 농협마저 자신들의 대출 상품을 팔기에 바쁘다. 한 은행 대출 담당자는 “금리는 비슷하지만, 상환 기간이나 방식 등이 다양한 은행 상품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 지점장들이 임의로 금리를 깎아주는 전결 금리도 늘어나, ‘세일’ 경쟁이 한창이다. 보험사나 제2금융권의 경쟁은 위험 수위다.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에서는 “4억 아파트, 3억5천만원까지 대출”이라는 광고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조1887억원으로 12월 이후 석달 만에 증가액 1조원대로 복귀했다.
금융권의 이런 경쟁이 몇년 뒤 은행들의 잠재 부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금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 별 문제가 없었지만, 현 경영진들이 미래에 올 수도 있는 부실에 대해 지나치게 무감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주택담보비율을 제한해도, 제2금융권 등을 통해 80~90%까지 대출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1가구 2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하고, 제2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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