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4 18:58
수정 : 2006.04.24 19:03
창구 직원들 전문지식 부족
투자설명 요구해도 유치 급급
손실 본 고객들 항의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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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하나 : 지난 1월 주식형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ㄱ은행 성산동 지점을 찾은 박아무개씨는 은행 창구 직원에게 “상품내용과 투자위험성이 적힌 투자설명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오히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서를 읽은 것으로 하고 가입하라”며 서명을 요구했다. 박씨는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으나 자신이 금융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하고 펀드에 가입했다.
사례 둘 : 서울시내 ㅁ증권사에서 주식형펀드 가입을 권유받은 한 고객이 직원에게 이 펀드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묻자 직원은 ‘주식형’이라고 답변했다. 주식의 ‘스타일’이란 보통 성장형·배당형·가치형 등을 뜻하는 것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성향에 상품을 맞추는 기준이다. 이 고객은 증권사 직원의 ‘동문서답’에 펀드가입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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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뚫는 등 증시가 달궈지면서 개인들의 펀드가입이 늘고 있지만, 펀드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 창구 직원들의 무지와 불성실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찾은 고객들은 “직원들조차 펀드 내용이나 손실 위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객 가입시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 펀드가입자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지만 은행 직원이 펀드자금의 주식편입 비중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펀드는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는데다 상품형태·가입방식에 따라 수익·손실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어, 가입 전에 판매사인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투자설명서를 보여줘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융회사 직원의 권유만 듣고 펀드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고객들이 금융감독원이나 소비자보호원 등에 피해를 봤다며 항의하는 사례가 최근 속출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펀드에 가입한 한 고객은 “가입자가 매수주문을 내야 투자자금이 운용된다는 사실을 직원이 설명해주지 않아 가만히 있다가 가입 기간내내 한푼의 수익도 거두지 못해 손해를 본 꼴이 됐다”며 소비자보호원에 손실을 보상받을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외국계 은행의 경우, 펀드 가입 권유만 허용되고 판매자격은 없는 대출모집인이 은행 직원인 것처럼 꾸미고 고객을 펀드에 가입시키다가 금감원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달 말부터는 보험설계사도 펀드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전문지식이 없는 판매자의 권유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펀드 판매경쟁이 심화지면서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펀드가입을 권유하는 등 ‘펀드 불완전 판매’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금융회사의 펀드 판매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고객의 위험 성향을 평가하는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많은 고객이 여전히 위험 허용정도에 대한 평가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충분한 투자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금융회사 내부규정으로 만들어 부실한 판매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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