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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9 08:09 수정 : 2006.05.19 08:09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프라이빗뱅크센터 팀장. 이정아 기자

자식에게도 금고열쇠 안 준다지만…
박승안 우리은행 팀장이 말하는 프라이빗뱅커 세계
금융지식은 기본…박지성 박찬호 선수도 고객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프라이빗뱅크센터 팀장은 얼마 전 빠듯한 일정을 쪼개 베이징에 갔다. 중국 부동산에 직접 투자를 하려는 고객이 동행을 원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을 파는 본업은 아니어서 회사엔 휴가를 냈다. 사흘 내내 부동산시장을 둘러보느라, 30분 거리에 있는 만리장성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중국에 교환교수로 나와있는 친구까지 고객에게 소개시켜 주며 정성을 다했다.

금융상품 분석과 고객 상담에 바쁜 박 팀장이 고객마음을 잡기 위해 하는‘과외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엔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고객을 위해 난데 없는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장학재단 관련 법규를 뒤져 5억원짜리 지역 장학재단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지역의 한 사립학교 실력자 고객의 부탁으로 지방에 내려가 학교 교직원들한테 재테크 강의를 해준 적도 있다.

프라이빗뱅커로 금융상품을 파는게 주업인 그가 왜 이리 과외 일로 바쁠까? 하지만 박 팀장은 이런 활동이 프라이빗뱅커의 본래 임무라고 말한다. “금융상품 판매는 일정한 금융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부자들의 돈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들은 먼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자들의 마음 얻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금고 열쇠는 자식한테도 맡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상황을 철저히 비밀에 붙인다. 재산이 있는게 드러나면 결국 자식이고 친척이고 모두 손을 벌리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장학재단 설립과 같은 좋은 일을 하려 해도 자식과 상의하지 못한다”며 “이런 면에서 부자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부자들은 외로운 만큼 의논할 상대가 필요하다. 프라이빗뱅커들은 그 ‘은밀한’ 의논 상대가 될 수 있는냐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프라이빗뱅크센터 팀장. 이정아 기자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도 단계가 있다. 좋은 상품를 하나 추천해 팔다 보면 여유자금을 어떻게 투자할지 포트폴리오를 짜주면서 몇 개 상품을 세트로 파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평범한 자산관리인의 구실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프라이빗뱅커들은 상품 분석 외에 부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남다른 노력을 한다. 각 은행이 진행하는 교육과정인 ‘피비 아카데미’에서는 와인 매너, 테이블 매너는 물론 고객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명품의 종류와 가격까지 배운다. 고객들의 관심에 맞춰 해외여행지는 어디가 좋은지, 예술품은 뭐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하는 경우도 많다.

신뢰가 쌓여 고객이 드디어 자신의 금융정보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하면 프라이빗뱅커는 서서히 고객의 ‘집사’가 돼간다. 고객의 금융자산 전체(적금, 대출, 주식, 보험 등)를 놓고 조언을 하게 된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까지 알게되면 세무 및 부동산 시장 관련 정보와 조언이 추가된다.

박 팀장을 포함한 우리은행 강남프리이빗뱅크센터 팀은 이런 과정을 통해 200여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이들 고객자산을 모두 더하면 1조원이 넘는다. 고객 중에는 박지성 선수와 박찬호 선수도 있어, 영국과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박 팀장은 “신뢰의 마지막 단계로 들어가면 상속문제 등 가족 전체의 장래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까지 터놓고 상의하게 된다”며 “인생사의 큰 문제들이 결국 재무적인 것과 관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프라이빗뱅커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거액자산가의 자금을 관리해 주는 금융전문가를 일컫는다. 외환위기로 국내 은행을 믿지 못했던 부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시티은행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3~4년 사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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