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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3 19:48 수정 : 2006.06.13 19:48

일본 중앙은행, 제로금리 포기 시점놓고 저울질
‘엔캐리’ 이탈되면 일본발 ‘금융지진’ 세계 강타

“주인공은 미국 연준(FRB)이 아니라 일본은행(BOJ)이다.”

엠에스엔머니(MSN Money)의 이코노미스트 짐 주박(Jim Jubak)은 단언한다.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들어 일본은행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사령부’ 연준에 가려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밑바탕엔 국제유동성의 변동을 좌우하는 장본인이 일본은행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단적인 예가 싼 금리에 엔화를 빌려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엔케리트레이드다. 일본은행은 90년대 이래 장기간에 걸친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1년 이후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정책 등 양적 완화정책을 펴왔다. 이런 가운데 엔화 가치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금리 차익과 환 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엔캐리트레이드는 극에 달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엔화 차입을 통해 금이나 신흥시장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본발(發) 국제유동성은 크게 늘어났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일본 민간부문의 순해외투자자산은 1조 달러를 넘어섰고 공공부문의 외환보유액은 8300억달러에 이른다. 경제연구기관인 게이브칼(GaveKal)은 지난 30년간 미국과 일본의 통화공급 합계의 증가분은 대부분 일본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는 국제 유동성을 크게 늘린 진원지로 일본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연준에 쏠린 과도한 책임과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희생양 찾기라는 반론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옌(Stephen Jen)은 엔케리트레이드의 파급력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올해 초 제로금리 정책 포기를 공식선언한 일본은행의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마저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할 경우, 엔케리트레이드 자금의 환류를 통해 국제유동성 흐름의 대이동이 발생하고, 이는 곧 세계적 차원에서 시장 불안정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4~15일 이틀간 열리는 일본은행의 정례 통화정책회의는 초미의 관심사다.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음을 가늠케 해주는 각종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1%로 나타나 정부 예상치 1.9%를 훨씬 웃돌았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 (PPI)는 3.3% 올라 25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메릴린치증권은 “앞으로 1년 사이 일본은행이 금리를 1%까지 올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일본은행이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화증권의 최석원 채권전략팀장은 “당장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오는 3분기 중 0.25%포인트 정도 올리면서 서서히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면서도 “일본으로부터 풀려나간 돈이 엄청나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시그널이 세계 금융시장에 가져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인상 불안감이 커지면서 13일 일본닛케이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4.1% 떨어진 채 마감됐고, 10년 만기 채권가격은 5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 엔캐리 트레이드 제로금리 통화인 엔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의 통화나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고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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