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8 20:37
수정 : 2006.06.18 20:37
농림부 “분리시 수협처럼 경제사업에 도움된다”
농협 “신용사업 번 돈 경제사업에 지원안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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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분리란
농협 안에서 은행·보험 등을 다루는 ‘신용사업’과 농축산물의 판매·유통·구매를 맡는 ‘경제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것을 뜻한다. 농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생산한 농산물을 제때 제값을 받고 팔아주는 경제사업 쪽이다. 그러나 현실은 신용사업 중심이다.
따라서 신-경분리는 농협을 애초의 자리로 되돌리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농협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미뤄왔고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처음 제기된 이래 12년 넘게 공방만 되풀이해 왔다. 농림부는 이달 30일까지 농협이 신-경분리안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까지 분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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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문제가 물 위로 떠올랐다. ‘신-경분리안’의 농림부 제출시한(30일)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농협·농림부도 분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농협 쪽은 사업을 분리하면 추가자본금 확충 등에 7조6천억원이 필요해 당장은 분리가 어렵다는 견해다. 사실상 사업 분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신경분리는 2001년 수협중앙회가 먼저 했는데, 이를 놓고도 찬반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수협 사례 “성공적”=김광근 수협중앙회 경제기획부장은 지난 5년간 수협의 신-경분리 성과에 대해 18일 “신용사업은 해마다 큰 흑자를 내고 있고, 경제사업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사업은 어민 지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흑자를 낸게 잘했다고 자랑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209억원 등 몇년 동안 흑자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협은 회장 대신 전문 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아 2년마다 경영평가를 받고 있다.
농림부 쪽은 수협의 경우를 예로 들며 “신경분리가 경제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경제무역학부)도 “농협이 돈되는 신용사업만 치중하고 경제사업은 뒷전이었으며 두 부문간 규제 없는 내부거래가 농협의 불투명성을 키워 왔다”면서 “신-경분리를 통해 신용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제사업에 좀더 많은 관심을 쏟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협은 실패?”=농협 쪽은 “수협의 경우 신-경분리로 신용사업에서 번 돈이 수산물 판매 등의 경제사업에 전혀 지원되지 않아 사실상 사업 분리가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수협에 댄 공적자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신용사업 부문을 자회사에 준하는 독립사업부제로 바꾸고, 비신용사업 부문과는 철저히 분리했다. 신용사업에서 이익이 나도 공적자금(1조1581억원) 완전상환 때(2027년 예정)까지는 경제사업의 손실 보전 등에는 지원을 못하도록 못박았다. 2003년에는 경제사업 부문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하면서 수협은행을 옆에 두고도 우리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했다. “수협은행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올 정도였다.
김정주 건국대 교수(생명자원환경과학부)는 “수협이 돈벌이만 중시하면서 협동조합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농협도 신-경분리가 되면 경제 및 교육·지원 사업 등 고유한 목적이 위축되고 그 피해는 농업인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농림부는 “수협이 경제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는 것은 공적자금 투입 때문이었지 신-경분리 때문은 아니다”며 “신-경분리를 돈줄 차단으로 직결시켜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농림부는 “농협은 신-경분리가 된다 해도 두 부문을 완전히 가로막는 차단벽은 설정하지 않고 있으며 좀더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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