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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8:06 수정 : 2005.02.24 18:06

달러 쌓여만 가는데…
내자팔자니 하락 부추기고…

“미국 달러는 쌓여만 가는데 값어치는 계속 떨어지고, 그렇다고 내다팔자니 오히려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겨 손해를 키우는 꼴이 되고….”

요즘 한국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은은 지난 23일 보유 외환의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겠다는 국회 업무보고 자료 내용이 공개되면서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외신들이 ‘투자 대상 다변화=달러 매도’로 해석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했고, 이는 원-달러 환율 폭락으로 이어졌다. 한은이 부랴부랴 “달러를 매도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1000원선 붕괴는 막았지만, 그렇다고 한은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은의 답답한 심정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해마다 급증해 지난 15일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중국, 대만에 이은 세계 4위다.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달러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발행한 환율시장안정용 국고채(환시채) 규모를 보면, 지난 2001년 3조6천억원이던 것이 2004년 18조8천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2월까지 7조원어치가 발행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요인이 많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로 환율에 어느 정도 내성을 키운 대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계속 달러를 벌어오고,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외국인들의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시채 발행을 더 늘리자니 이번에는 들썩이는 금리가 걱정이다. 최근 시중금리의 급등 현상은 정부가 국채 발행 물량을 대폭 늘린데서 비롯됐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늘려 겨우 살아나는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3일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는 3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2월 수준에 맞추고, 환시채를 3월엔 발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환율도 걱정이지만, 우선 금리부터 진정시키는 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환·환율 관리 어떻게? =전문가들은 환율이 급변동할 때만 속도 조절을 위해 적절히 시장에 개입해야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당장은 달러 약세를 어느 정도 용인해야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면서 달러에 편중된 보유 외환을 조심스럽게 다른 나라 통화나 투자 가치가 높은 쪽으로 돌려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24일 한은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보유 외환의 투자 대상이 미국 국채에 집중돼 있어 달러 약세로 매년 엄청난 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무리한 달러 매입을 중단하고 외자 유치 위주의 정책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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