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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2 20:18 수정 : 2006.06.22 20:18

갑작스런 규제로 급한 고객들 발동동
금감원-은행 서로 책임 떠넘겨 분통

회사원 조아무개(35)씨는 지난 21일 거래은행 지점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조씨는 이달 안으로 신혼집의 전셋값을 치러야 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있지만 여기엔 부모님이 살고, 자신은 이 아파트를 담보로 5천만원을 대출받아 부족한 전셋값을 메울 계획이었다. 지난주 상담을 끝냈고, 서류만 준비해오면 며칠 안으로 돈을 주겠다는 확답도 받았다. 하지만 서류를 들고 은행을 찾은 조씨는 “오늘부터 주택담보대출이 안된다. 위에서 그렇게 지침이 내려왔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은행에서는 “다음달에 다시오라”고 사정했지만, 조씨는 이달말까지 전셋돈을 건네야 하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씨는 “어떻게 하루 아침에 대출을 막는 횡포를 부릴 수 있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21일부터 일제히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 은행창구를 찾은 이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고객들에게는 사전에 전혀 안내가 없었다는 점이다.

은행 쪽과 금융감독원의 책임 떠넘기기식 태도도 고객들의 화를 돋웠다. 금융감독원은 “대출중단 등의 지시를 내린 바 없고, 은행들이 알아서 판단한 것”이라며 “한 은행에서 결정하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가기 때문에 일제히 중단된 것처럼 비칠 뿐”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감원 지침은 당분간 대출을 그만하라는 의미이고,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책임을 떠넘긴다.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지금은 정부 지침 때문에 대출이 안되지만, 7월부터는 0.5%포인트 더 금리를 깎아줄테니 다시 오라는 식이다. 하지만 7월에 대출이 다시 재개되더라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보름 사이 은행들은 시디(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상승분 반영과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포인트 가까이 올렸다. 일부 은행은 영업점장 전결로 이뤄지던 0.5%포인트의 금리 감면 권한도 본부가 회수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출제한이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추세에 발맞춰 은행들도 위험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제 과열 대출경쟁을 멈춰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면서 “금감원이 나서주니 은행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때려 준 격’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이 벌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 결과도 이런 대출제한 조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장현기 경영지도팀장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점검팀 쪽에서 이번 지침에 이런저런 내용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반영했다”면서 “은행들의 위험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대출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본점 승인을 받아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피비사업부 안명숙 부동산팀장도 “부동산 대출 중단이 주택가격 하락 등 부동산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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