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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원, ‘연체때 일시상환 청구’ 약관은 불법
중고차 할부 이자율 새차보다 2배나 높아
지난해 2월 차를 사면서 ○○캐피탈에서 2천만원을 할부금융으로 대출받은 김아무개씨는 사정이 어려워 두 달치 할부금 55만5천원을 연체했다. 그랬더니 할부금융회사는 곧바로 김씨에게 남은 할부금을 모두 갚으라고 독촉했다. 할부금을 바로 갚지 못하자 회사는 김씨 차량과 장인 소유 재산을 가압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압류 자체가 불법이었다. 현행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연체 금액이 할부금 총액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에만 일시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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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2005년 할부금융 관련 소비자상담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년 동안 총 상담건수 725건 가운데 ‘기한이익(변제기한이 3개월 뒤라면 그 3개월 동안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이익) 상실로 인한 일시상환 관련 문제’가 226건(3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할부금 회수를 위한 가압류 등 법적 조치 문제’가 97건(13.4%), ‘취급수수료 및 중도상환수수료 문제’가 73건(10.1%),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 57건(7.8%), ‘할부 이자율 문제’ 22건(3.0%) 등의 차례를 보였다.
소비자와 가장 많은 분쟁을 빚었던 ‘기한이익 상실 문제’의 경우 대출 연체금액이 총할부금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일시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데도 일시상환을 요구하고, 압류나 가압류 등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해 가는 경우가 많았다. 또 소비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항인데도 여신기본거래약관이나 대출약정서에 기한이익 상실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고 소보원은 설명했다.
소보원은 ‘기한이익 상실’ 예고를 서면으로 알리지 않고 단순한 ‘독촉’(전화)만으로 기한이익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일시상환 요구) 약관 내용도 불합리한 것으로 지적했다. 은행의 여신거래기본약관은 기한이익 상실 예고를 반드시 ‘서면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 할부의 경우 중고차 이자율이 새 차의 2배 정도로 높은 점도 할부금융사들에 의한 대표적인 소비자 피해 사례로 꼽혔다. 지난 3월 현재 새 차 할부금융 이자율이 연 9~12%인 데 견줘 중고차는 연 21~26%로 새 차보다 무려 2배 가량 높았다. 소보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재정경제부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건의하고, 금융감독원에도 ‘여신거래기본약관’과 ‘할부금융대출 약정서’ 개선, 할부금융사 관리감독 강화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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