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2 21:23
수정 : 2006.06.22 21:23
서울 영업망 강화·새 CI 검토
“농협이 뭐죠?” 순간 말문이 막힌다. 농협 쪽에서 “우리도 은행”이라고 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추진 중인 농협이 최근 은행으로서의 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은행이 탄생하는 등 은행산업 판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유독 농협만 예전 모습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총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141조원으로 업계 3~4위 수준이다. 다른 은행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면, 농협은 순수 토종자본으로 혼자서 이만큼 성장했다. 전국 점포수도 950여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은행으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농협은 해외 점포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재경부에 개설 여부를 타진했지만, 재경부에선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것 아니냐”는 대답만 들었다. 엔에이치투자증권(옛 세종증권)도 재경부 쪽의 부정적 시각 등으로 인수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서울지역에서 영업망이 약한 것도 한 원인이다. 다른 시중은행은 서울과 지방의 비율이 5대 5 정도인데, 농협은 2대 8 정도이다. 서울 점포수도 다른 곳은 400~500곳인데 농협은 150곳 밖에 안된다.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 관계자는 “은행법에 ‘농협을 은행으로 간주한다’고 나와 있음에도 외부에선 ‘너희가 무슨 은행이냐’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농촌 지역에 내려가면 최고 금융기관인데 서울에서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농협은 사업구조 다양화와 외형 확충을 목표로 뛰고 있다. 엘지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증권, 카드, 보험 등으로 짜여지는 금융그룹의 기본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다.
지역적으로 약세인 서울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최근엔 서울지역본부 아래에 4개 영업본부를 만들었고, 올해 안에 20여개 점포를 새로 낼 계획이다. 새로운 CI(기업이미지통합) 도입도 검토 중이다. 농협 금융전략팀 관계자는 “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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