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2금융권 대출 늘면 담보비율 낮출 것”
시중은행 일제히 금리 인상…거래 위축 불가피
지난주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제한 조처를 내린 금융감독 당국이 할부금융사 등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다.노태식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3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도에서 열린 ‘여신업 최고경영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최근 할부금융사들의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할부금융사들에 대한 주택담보 인정 비율(LTV)은 60%로 은행권보다는 융통성이 있지만,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 추가적으로 비율을 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할부금융사의 주택담보 인정 비율을 60%로 낮췄는데, 여기에 추가적인 제한을 더 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금감원의 이런 예고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뒤 대출 수요자들이 제2금융권 쪽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껏 은행에서 집값의 40~60%까지 대출을 받은 뒤 나머지 20~30%는 제2금융권에서 다시 대출을 받아왔는데, 금감원이 제한을 강화하면 이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주 시중은행에도 “대출모집인들이 ‘담보인정 비율(LTV) 한도 초과 대출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에 함께 시중은행들이 지난주부터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어 당분간 주택거래시장의 한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장이 재량으로 통상의 대출금리에서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기존의 최대 0.9%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0.2%포인트 낮췄다. 또 본부승인금리를 제한적으로 운영해 할인폭을 추가로 줄였으며, 다음달 3일부터는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0.2%포인트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주택담보대출의 영업점장 전결권을 고객에 따라 0.2~0.5%포인트 줄일 계획이다. 에스시(SC)제일은행도 최근 우대금리를 0.5%포인트 가량 줄였다. 하나·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8%, 0.2%포인트 올린 이후 국민·신한·에스시제일은행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디 금리 인상분과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분을 합치면, 1억원 대출금을 기준으로 연간 이자 부담액이 60만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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