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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나서자 증가세 반 이상 ‘뚝’
“선의 인정하지만 충격 피했어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누그러들었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이후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규제가 내려진 이후인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그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규 대출을 무조건 억제하라는 감독당국의 ‘창구지도’ 방식은 구시대적 관치금융의 유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둔화=27일 각 은행의 집계를 종합하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일 기준으로 132조9579억원이다. 이달 들어서는 15일까지 1조1800억원이 늘어난 반면 16일 이후에는 4496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들의 5월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조7168억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둔화세는 확연하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15일께 각 은행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 총액을 제한하고 매일 증가액을 보고하도록 하는 구두협조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개별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은 5월 중에 주택담보대출 잔고액이 1조2848억원 늘었지만 6월 중엔 47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16~23일에는 고작 602억원이 늘어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하지 않은 것은 다음달로 넘기는 등 대출 규모를 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과 같이 급한 경우는 내용을 증명할 계약서 등을 보고 선별해서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관치금융’논란=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로 금융감독당국의 의도는 관철된 셈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4월, 5월 연속으로 3조원 이상씩 늘었다. 대출잔액이 두 달 연속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처음이었다. 은행들은 올 들어 외형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담보대출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와 은행의 동반부실로 이어진다. 또 가계대출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줄여 내수침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법에 따라 감독권 행사 차원에서 창구지도를 할 수는 있지만 목적의 정당성과 상황의 시급성을 감안해 적절한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며 “감독당국이 무조건 대출 억제를 지시한 것은 없어져야 할 관치금융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이번 조처는 은행의 건전성보다는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때문이고, 최근의 담보대출 증가세가 단기간에 은행 건전성을 심각하게 해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축소 계획을 세워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이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지동현 선임연구위원도 “시장참여자들이 사전예측을 통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세련되지 못한 방식이었다”며 “이번 기회에 현행 40%인 총부채상환비율을 미국처럼 30%로 낮춰 원리금 상환 능력이 되는 사람만 집을 사도록 하는 근본적이며 투명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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