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적극 투자로 이슬람 금융 ‘쑥쑥’…한은 “대응 필요”
고유가로 중동 산유국들에 오일머니가 쌓이면서 아시아 주요 나라들이 이슬람 금융시장에 진출하거나 오일머니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9일 나온 한국은행의 ‘이슬람 금융의 성장과 아시아 각국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원유 수출액은 4731억달러에 이른다. 회원국들은 이런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97년 이후 오펙 회원국의 국제수지 상 대외투자 누계액은 약 8천억달러 수준으로 2차 석유위기 때와 견줘 2배에 달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예전에는 오일머니를 일회성 소비에 썼으나 요즘은 지속적인 수익을 얻는 투자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오일머니의 투자창구로 이슬람 금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이슬람 금융기관은 2004년말 현재 40여개국에 267개에 이르며 총자본 130억달러, 투자액 1590억달러, 총자산 262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국가들의 발걸음도 빨라져 말레이시아는 자국을 아시아의 이슬람금융 센터로 발전시켜나간다는 전략 아래 이미 이슬람금융 전문가 양성을 위한 3단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17개 일반은행에 이슬람금융 부문의 설치를 유도했으며,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올해 2월 이슬람 주가지수의 도입을 발표했다. 중국도 지난해 1월 후진타오 주석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현지에 걸프차이나펀드라는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한은은 “중동국가의 투자가들은 유럽·미국과의 외교관계 악화 탓에 새로운 투자처로 아시아 지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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