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12 21:35 수정 : 2006.07.12 22:01

다국적 금융회사들은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세제나 규제조건이 유리한 룩셈부르크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룩셈부르크 시내 중심가인 루아얄 거리의 모습. 앞에 보이는 건물은 룩셈부르크에서 40여년 동안 프라이빗 뱅킹을 전문적으로 해 온 ‘크레디트뱅크’(Kredietbank Luxembourg) 본부인데, 이 은행은 650억유로 규모의 프라이빗 뱅킹 자산을 관리하는 벨기에 금융그룹 케이비시(KBC)의 자회사다.

금융특집: 특화전략이 돌파구

룩셈부르크

지난해 룩셈부르크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9737달러, 10년 이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구 45만명에 경기도의 4분의 1밖에 안되는 크기지만, 2위인 노르웨이(5만4600달러)나 3위인 스위스(4만9300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린 채 독주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풍요는 서유럽 중앙에 자리잡은 지리적인 장점과 국민 대다수가 2개 언어 이상을 사용할 정도의 우수한 노동력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룩셈부르크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 더해져 부유함은 더 견고해졌다. 룩셈부르크 경제의 가장 튼튼한 버팀목인 금융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부 전략의 결과물이다.

2005년 말 기준으로 룩셈부르크에는 155개의 은행과, 191개의 금융 중개회사, 57개 생명보험사, 34개 재산·상해보험회사, 273개의 재보험회사가 있다. 2091개 투자펀드에서 운용되는 1조5250억유로의 자산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다. 금융회사들은 국가 전체 노동인구의 12%를 고용한다. 국민총생산의 30%, 국가 세금수입의 40%, 외화 수입의 65%도 이들 몫이다. 현지 교민 최성호씨는 “룩셈부르크에 취직하려는 수요가 많아 출퇴근이 가능한 독일이나 벨기에, 프랑스 국경 인근의 집세와 땅값이 치솟기도 했다”고 말했다.

70년대 철강 기울자 금융 키우기로
금융업종별 전문분야 육성 큰 성과
세제혜택 팍팍 규제는 최소화
정부 발빠른 정책입안 한몫 톡톡

금융 업종별 특화 전략=룩셈부르크가 국제금융 서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1970년대다. 그 전까지 국민들을 먹여살렸던 철강산업이 오일쇼크 등으로 급격히 퇴조하자, 대안으로 금융 개방정책을 폈다.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 업종별 전문분야를 키웠고, 이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은행업에서는 개인의 금융거래 비밀보장과 자산운용을 전담하는 ‘프라이빗 뱅킹’에 집중했다. 70년대 이후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보호하는 강력한 법률과 보안시스템을 유지했다. 80년대 들어 비밀스런 금융거래 수요가 늘어났고, 외국 은행들은 앞다퉈 룩셈부르크에 진출했다. 룩셈부르크 은행협회는 “프라이빗 뱅킹의 경쟁력은 비밀보장 뿐 아니라 특화된 자산관리와 맞춤형 상속, 원스톱 보험상품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보험업 역시 1984년 유럽연합에서 가장 먼저 보험 모집의 국경을 허물었다. 또 보험회사들이 자체 위험관리를 위해 만드는 재보험사 설립도 허가했다. 현재 재보험회사의 수는 세계 5위권이다.


룩셈부르크 증권시장은 낮은 부대비용과 원천징수 면제 등을 내세워 유로채권 발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지금도 유로채권의 70% 정도를 발행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국제채권 발행규모는 연간 3조5천억유로 정도로 런던의 8배 수준이다. 1980년 후반부터는 ‘유럽 뮤추얼 펀드(UCITS)’ 발행사업이 또 다른 특화 분야로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이 펀드는 한 국가에서 등록되면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서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이 역시 정부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줬다.

룩셈부르크 경제개발부 다이엘 리버만 보좌역은 “최근 룩셈부르크 정부는 전통적인 은행업보다 펀드산업 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거센 도전을 해오고 있는 아시아 신흥 금융센터에 맞서 펀드 산업의 고유한 입지를 지키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토마스 씰 펀드산업협회 회장은 “두바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이 룩셈부르크를 벤치마킹해 더 나은 금융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상품 개발 등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펀드회사들에게 이상적인 펀드유통 모델을 제공하는 쪽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의 경우, 투자의 핵심인 운용 업무는 주로 런던이나 뉴욕에서 이뤄진다. 자산을 운용하는 고급인력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룩셈부르크는 이런 운용 업무를 제외한 증권 보관이나 주식 대여, 결제, 회계업무 등을 보는 이른바 ‘미들-백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고용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

제도적 지원 어떻기에?=룩셈부르크의 법인세율은 30%, 부가가치세율은 15%, 최고 소득세율은 40%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돈의 자유로운 왕래를 방해하는 규제가 없다는 점도 자본에겐 매력적이다. 투자자금을 자신이 원하는 통화로 교환하고 송금하는데 제한이 없고, 외국으로 보내는 투자금의 송금 시간도 하루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투자펀드는 1200유로의 설립 등기비와 총자산의 0.01~0.06% 정도의 연간 출자수수료만 내면 된다. 틈새를 노린 특화펀드 등을 개발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정부의 정책 대응이 신속하고 유연한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조세회피 목적의 돈이 인접 회원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또는 ‘해외 거주민 금융거래정보의 국적국가 제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토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조세혜택과 비밀보장 정책으로 프라이빗 뱅킹을 발전시켜왔던 룩셈부르크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 정부는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세(10%)를 신설하는 대신,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부유층에 부과하던 자산세를 폐지해버렸다.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한 자금이 일부 이탈하더라도, 더 많은 부유층들을 끌어들여 이를 상쇄하겠다는 속셈이다. 룩셈부르크 재무부가 이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하기까지는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룩셈부르크/글·사진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