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7 18:44
수정 : 2006.08.08 08:25
2년 이상 사회경력자만 뽑는 등 까다로운 인력운용
설계사 통한 판매만 고집…은행·홈쇼핑·전화 판매 안해
“보험금을 줄 때는 10억원을 넘어야 사장 결제를 받지만, 보험금을 안 줄 때는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사장이 심사위원회를 얼어 신중하게 결정한다.”
사고가 났는데도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을 타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때 더욱 꼼꼼히 심사해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푸르덴셜생명의 경영철학이다.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주기로 계약하고도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주저하는 국내 생보사들과는 대조적이다.
국민 1인당 평균 1.6가지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요즘은 보험이 대중화됐다. 사람들은 미래 위험에 대비하고자 생보사를 믿고 보험에 든다. 그래서 보험사는 일반 제조업체와는 달리 가입자에게 신뢰를 판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내 생보사들은 가입자의 신뢰를 얻기보다는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푸르덴셜의 ‘3무 경영’ =국내 대다수 생보사들은 최근 몇 해 동안 은행보험(방카슈랑스)·홈쇼핑·텔레마케팅 등 세 가지 새로운 판매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대량판매 방식인데다 판매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어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르덴셜은 이를 모두 거부하고, 보험설계사를 통한 전통적인 판매를 고집한다. 푸르덴셜의 이런 ‘3무 경영’은 손님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을 보여준다. 푸르덴셜은 “고객마다 나이·수입·가족수 등 상황이 달라 전문 설계사가 고객과 1 대 1로 만나 맞춤설계를 해야 한다”며 “설계사를 거치지 않는 대량 판매는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푸르덴셜이 국내 생보사 22곳 중 12위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실제 새로운 판매방식들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과 연계해 보험 판매를 강요하는 꺾기가 성행한다. 홈쇼핑이나 텔레마케팅 역시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제대로 알리는 데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해마다 보험민원이 급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들어 5월까지 보험 관련 민원은 99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나 급증했다. 최근 보험 민원은 해마다 20% 이상 증가 추세다.
높은 설계사 정착률=푸르덴셜의 보험설계사 운용도 독특하다. 13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은 1989년 한국 진출 이후 4년제 대학 졸업자로 2년 이상 사회경력이 있는 사람만을 설계사로 뽑았다. 다른 보험사에서 근무한 경력자는 뽑지 않았다. 인맥이나 연고에 의존한 판매 관행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100명 중 2~3명만을 뽑은 뒤에도 2년여 동안 교육을 시킨 뒤 판매현장에 내보냈다. 상당수 국내 생보사들이 여전히 보험설계사들의 ‘연고 영업’에 치중하는 것과 대비된다. 삼성·대한·교보 등 국내 3대 생보사의 경우 1년도 안 돼 그만두는 설계사들이 열에 다섯, 여섯에 이르는데, 프루덴셜은 셋에 불과하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설계사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품을 안면을 이용해서 팔 경우 나중에 가입자들이 만기 전에 해약을 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며 “국내 생보사들은 푸르덴셜이 줄곧 업계에서 가장 높은 계약 유지율과 설계사 정착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푸르덴셜의 성장 배경에는 보험 판매에만 치중하고 계약 이후 고객관리나 약속 이행에 소홀한 국내 생보사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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