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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3 19:40 수정 : 2006.09.03 23:34

대부업체·일부 저축은행들
“돈 떼일라” 부채증명 발급 거부
채무자 법원신청 못해 발동동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때부터 카드 돌려막기를 해오던 김아무개(27·여)씨는 지난달 10일 개인파산을 신청하기로 결심했다.지난해 남편이 실직하면서 기초 생활비인 월세와 육아 지출비마저 감당하기 버거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산신청에 꼭 필요한 부채증명서(대출잔액 확인서)를 떼려하니 대부업체인 ㅇ캐피탈은 “이자부터 갚으라”며 거부했다. 밀린 이자가 얼마인지 날마다 날아오던 문자 메시지도 갑자기 끊겼다. 남은 원금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김씨는 “법원에 파산 신청 서류를 내지 못하게 대부업체가 방해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파산신청을 받아주면 대부업체는 빌려준 돈을 김씨로부터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명색히 금융기관이라는 곳이 이래도 되는 거냐”며 울먹였다.

이아무개(41)씨는 지난해 하반기 은행과 보험사로부터는 1주일여만에 부채증명서를 받았는데, ㅂ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는 여섯달이 걸려서야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 “본사에서만 떼어준다”, “보냈으니 기다려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4~5차례나 이어졌다. 이씨는 할 수없이 없는 돈 80만원을 빌려 법무사를 동원한 뒤에야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최근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일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고객들의 부채증명서 발급을 꺼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법원과 금융감독당국은 이런 발급거부 행위는 금융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가로막는 불법행위라고 말한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의 상담원들은 3일 “부채증명서 발급을 거절당했다는 민원이 몇달간 급증했다”면서 “요즘 상담원들마다 하루에 3통씩은 관련 전화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열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수석조사역은 “(발급거부 금융기관 중에는) 언론매체에 광고를 하는 유명한 대부업체들도 여럿 있다”면서 “상호저축은행(옛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마저 발급 거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부업체들은 “부채증명서를 발급해줄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파산과 관계자는 “본인의 금융정보를 요구하면 부채증명이든 뭐든 금융기관은 발급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거래 표준약관도 채무자에게 부채증명서를 서면으로 발급하도록 되어 있다. 법원은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신청자들의 채무 현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빚을 진 금융기관들로부터 부채증명서를 떼어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기열 금감원 수석조사역은 “채무자가 마지막 선택으로 파산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는다고 해서 금융기관이 빚을 받을 수 있겠느냐”면서 “일부 상호저축은행이나 대부업자들도 은행들처럼 대손충당적립금을 쌓아서 부실채권을 빨리 털어버리는 선진 채권관리 기법을 하루 속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은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개인파산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으면 채무자의 남은 빚이 전액 탕감된다. 개인회생은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채무변제 계획을 세운 뒤 정해진 몇년간 생계비를 빼고 착실히 빚을 갚아나가면 나머지 채무는 탕감해준다. 개인파산 신청자는 지난해 1년간 1만3931명에 그쳤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5만명에 육박했다. 개인회생 신청자도 올 상반기 2만79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1238명)보다 31.7%나 증가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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