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차 까다로워 고객들 실제 혜택 못받아
올해 시중은행들이 사회책임 등을 명목으로 앞다퉈 출시한 대출상품들의 판매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절차가 까다로워 고객들이 실제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은행들도 대출상환 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4월 통합은행 출범을 기념해 성장형 중소기업이나 친환경기업, 사회공헌기업 등 우량 중소기업에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주는 `사회책임경영대출'을 선보였다. 당초 이 상품은 6월 말까지 5천억원 한도 내에서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실제 판매 실적은 2건, 1억5천만원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부터 산업자원부와 손잡고 이 상품의 판매대상을 혁신형 중소기업까지 확대했지만 지금까지 대출 실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벤처인증, 특허인증 등 각종 인증서를 내야 한다"면서 "올들어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중소기업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고객들이 굳이 이 상품이 아니더라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 함께 출시된 신한은행의 `탑스 자영업 스피드 대출'도 실적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 은행 영업점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단기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지만 현재까지 판매 실적은 24건, 2억7천만원에 그쳤다.가장 흔한 자영업종인 건설업, 숙박업, 욕탕업, 부동산임대업을 대출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만기가 3개월로 짧고 만기가 되면 대출 기간 연장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약정을 맺도록 하는 등 규정을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은행측은 "무보증 대출이다 보니 일선 영업점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상품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출상품인 우리은행의 `하이테크론'의 판매 실적도 268건, 1천697억원에 머물고 있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총 대출잔액이 총 38조790억원(9월 20일 기준)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이테크론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담보없이 신용대출하고 관계 규정에 따라 시행된 여신이 부실화되더라도 고의적 과실이 없는 경우 취급 직원을 면책하는 신상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술력과 상환능력을 동시에 갖춘 제조업체를 선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담보 없이 신용으로 빌려주다보니 소액 위주의 대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상품만 만들어 놓고 실제 대출실적이 저조한 것을 두고 `생색내기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스크를 감안하다 보니까 실제 상품 운용을 제한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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