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도 정규직원 1인당 평균 급여
|
행우회 출자기업에 수의계약 몰아주고
업무중복 자회사에 수천억원 쏟아부어
재경부 감독까지…견제기능 무너져
‘꿈의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 이런 소리를 들으며 세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온 국책금융기관과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 공기업들의 방만경영 실태가 26일 드러났다.
감사원의 ‘금융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 실태’ 감사 결과 ‘감시 없는 경영’과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의 문제점이 예외없이 불거졌다.
편법 통한 과도한 임금 인상=2004년 기준으로 12개 금융 공기업 기관장 임금은 최저 2억8600만원(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최고 12억6천만원(우리금융지주)에 이르렀다. 또 정규직원 1명당 평균 급여도 시중은행 평균을 3.7~20.1% 웃돌았다.
임금 인상 방법도 편법투성이었다. 한국은행은 정원과 현원 차이에서 비롯되는 예산잔액으로 특별상여금 113억원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2002~2004년 임금을 21.3%나 올렸다. 수출입은행은 업적성과급의 지급 기준을 높이는 편법으로 3년간 16억원을 과다 지급했고,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겨우 살아난 우리은행은 급여체계를 바꿔 3년간 1850억원을 더 줬다. 같은 기간 임금인상률은 산업은행 34.8%, 수출입은행 34.6%, 기업은행 41.2%였고, 우리은행은 무려 60.7%를 올렸다. 기관장들 또한 3년간 정부투자기관장의 인건비 인상률(14.6%)을 훨씬 웃도는 36.8%를 스스로 올리는 등 편법 인상엔 위아래가 없었다.
휴직자에게도 성과급 지급=산업은행 등 8개 기관이 직원들의 개인연금저축 불입액을 기본급에 편입시켜 보태준 금액만 2002년부터 3년간 모두 1420억원이다. 12개 기관 모두 법정 연차휴가 이외의 특별휴가를 줬고, 우리은행 등 10개 기관은 폐지된 월차휴가 보상비를 기본급화해 연간 433억원을 지급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최하위 평가 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중간등급으로 상향 조정해 10억원의 성과급을 더 줬고, 우리은행은 42명의 휴직자 등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에게까지 성과급 7200만원을 떠안겼다.
원칙없는 수의계약·아웃소싱=은행원 친목단체를 챙겨주는 수의계약은 만연한 반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아웃소싱엔 눈감은 곳도 많았다. 우리은행은 200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의계약액 970억원 가운데 432억원을 행우회에서 출자한 한 기업에 몰아줬다. 한국은행도 행우회 출자회사와 고가의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해 연간 2억4천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한국은행과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은 평균 연봉 6천만원대의 청원경찰 218명과 운전기사 88명을 자체 직원으로 채용해 연간 315억원을 더 썼다. 감사원은 “민간은행이 청원경찰과 운전기사를 아웃소싱해 연봉 2200만∼3000만원을 지급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지점, 부실 자회사도 많아=산업은행은 1999년 이래 모회사와 업무가 중복되는 산은캐피탈에만 7283억원을 퍼붓는가 하면, 구조조정 목적으로 출자한 대우증권의 경영이 정상화됐음에도 매각 계획을 두번씩이나 실행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의 해외 현지법인인 수은베트남리스금융회사는 영업부실로 51억원의 누적손실이 발생했는데도 계속 운영됐다.
한국은행은 지방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기능 폐지와 업무 전산화 등으로 지역본부 등의 업무가 35%에서 100%까지 줄었는데도, 통폐합 필요가 있는 19개 지방 조직을 그대로 운영하다 지적을 받았다.
원인과 대책=감사원은 방만 경영의 핵심 원인으로 감독기관의 감독 미흡과 지배구조의 취약성 등을 꼽았다. 1997년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정투법)이 개정되면서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은 정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전에는 예산 등 일반경영 감독은 예산당국(현 기획예산처)이 맡았지만, 법 개정으로 정책감독만 하던 금융당국(현 재정경제부)이 모두 떠맡으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경영투명성을 담보할 외부평가제도의 미흡과 경영진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 및 이런 요구에 편승하는 경영진의 의식 등도 문제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재경부장관에게 △국책은행의 합리적 예산통제 방안 △존치 필요성이 적은 자회사 정리방안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을 강구하도록 했다. 각 금융기관장에게도 과도한 복지후생지원제도 개선과 회계처리 및 계약의 투명성 확보, 경영이 정상화된 워크아웃기업의 조속한 정리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지역본부를 폐쇄하라는 건 지방분권화라는 참여정부 정책기조에 반하는 것이다”라며 “인력·예산 등 내부 경영과 관련해 인력 낭비 운운하는 건 감사원의 월권으로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최우성 기자 wonj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