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8 19:17
수정 : 2005.03.08 19:17
국제 유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에 비해 오랜 동안 낮았던 데다 우리 경제의 석유 의존도도 과거보다는 많이 줄어, 최근 유가 상승으로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은 지난 1980년 제2차 ‘오일 쇼크’(석유 파동) 때의 44%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2004년부터 시작된 이번 유가 상승은 전쟁과 혁명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수급 차질로 인한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박복영·송영호 부연구위원은 8일 공동으로 작성한 ‘최근 고유가와 1970년대 오일 쇼크의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73년 중동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제1차 오일 쇼크 때는 한달 사이 유가가 배럴당 3달러에서 13달러로 330%나 폭등했고, 79년 이란 혁명과 80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제2차 오일 쇼크 때는 15달러에서 39달러로 5개월만에 160%가 올랐다. 또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쟁 때도 유가가 3개월만에 배럴당 17달러에서 41달러로 140%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최근의 유가 상승 폭을 보면, 올 3월까지 17개월 동안 75% 올라 상승률이 과거 급등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80년 ‘오일 쇼크’때 절반수준
대외경제정책연 보고서
수금차질등 구조적요인 탓
유가 상승세 당분간 계속
보고서는 이어 “그동안의 전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최근의 실질 유가는 지난 80년의 50% 수준인데다, 우리 경제의 석유 의존도도 당시에 비해 15% 줄었다”며 “따라서 현재 유가 수준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는 제2차 오일 쇼크 당시의 정점에 비해 44% 수준인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과거에는 유가 급등이 주로 우발적이고 비경제적인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전쟁이나 혁명, 석유 금수 조처 등 원인이 해소되면 오름세가 꺾였으나, 최근의 급등세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어서 당분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계속 고유가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편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값은 배럴당 53.89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0월26일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43.98달러로 마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