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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5 20:13 수정 : 2006.10.25 20:13

피보험자 서면동의없는 계약 10%추정…소비자피해 우려

“보험사가 고객한테 보험료를 쭉 받아오다가 막상 고객한테 보험금을 줄 때는 계약이 무효라며 딴소리를 하는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는 판결이다.”

최근 대법원이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이른바 ‘계-피 상이 보험’ 가운데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는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하자, 소비자단체와 보험전문가들이 잇따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지난 22일 ㄱ씨가 ㄷ생명에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계약 때 피보험자인 ㄱ씨 남편의 서면 동의가 없어 상법상 무효이며, 계약 체결 이후에 남편이 동의를 추인했다 해도 유효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보험설계사였던 ㄱ씨는 지난 1997년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서에 남편 대신 서명해 자신이 일하는 보험사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이에 대해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고객한테 줘야 할 때는 자필 서명인지 아닌지 잡아내면서 애초에 계약을 맺을 때는 이런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판결은 보험사가 자필 서명 확인의무를 게을리한 채 계약을 맺어 보험료를 챙기다 막상 거액의 보험금을 줄 때 여러가지 흠을 찾아내 지급을 꺼려 온 잘못된 관행을 더 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연행 국장은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없는 계-피 상이 계약이 전체 보험계약 건수의 10%는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이전에 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자필서명 미비를 이유로 보험료를 돌려받으려고 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면서 “반면 막상 보험금 지급 사유가 생긴 이후에는 보험금을 못타도록 하는 법원의 모순된 잣대는 보험 소비자만 이래저래 억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방법원 정진원 민사4단독판사는 지난 10일 ㄷ생명이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판결에서 “피보험자의 자필서명 없는 계약에 내왔던 보험료를 돌려달라”는 보험 소비자 ㅈ씨의 요구를 “보험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2년)가 소멸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미숙 대표는 “계약 자체가 무효이므로 그동안 낸 보험료는 보험료가 아니라 민법상 부당이득으로서 시효를 10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면동의 없는 계약이 원인무효인 것은 악의적으로 피보험자를 해친 뒤 보험금을 받아내는 보험범죄를 막자는 취지인데, 지금은 되레 보험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홍주 보험전문 변호사는 “그동안 보험사와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많이 성사시키기 위해 졸속으로 계약을 맺는 관행이 있어왔다”면서 “기존에 체결된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 이후에라도 피보험자가 서면동의를 하면 법원이 국민편에서 적극적으로 판결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밝혔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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