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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0 10:33 수정 : 2006.11.20 10:33

금융감독당국 "은행들 농간이었다"며 발끈
시중은행들 "월권 논란 일자 감독당국 철회"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영업일 기준)만인 20일 대출을 전격 재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별로 대출증액한도를 부과하는 대출총량규제를 은밀하게 실시했다가 실수요자의 피해가 나오고 월권 논란이 일자 긴급 철회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장삿속'에 눈이 먼 일부 시중은행들이 일부러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며 문제를 확대시키는 등 당국을 `갖고 놀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연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6개 시중은행장들과 개별면담을 하면서 은행별로 11월 대출 증가분 한도를 정해주고 준수할 것을 지시했는지 여부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에 대해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창구지도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대출총량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대출총량규제를 부과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유일하다.


최근 금융감독당국과 은행장들의 접촉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6개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개별 면담을 갖고 주택대출을 추가로 규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17일 오전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규 주택대출 취급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17일 오전 전화를 통해 2차로 시중은행들과 접촉을 했다.

이 전화를 받은 이후 시중은행들은 주택대출을 전격 재개했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은밀하게 대출총량규제를 하달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대형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11월 월별 증가분을 6천억~7천억원으로 제한하고 중대형 시중은행들에 대해서는 2천억~3천억원의 한도를 부과했다.

금융감독당국은 대출총량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월권 논란이 제기되자 17일 오전 총량규제 해제를 통보했고 은행들은 대출을 재개했다.

이에 대한 금감원의 해명은 다르다.

은행장들을 불러 11.15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대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은행들이 `과잉반응'을 보이면서 대출을 아예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17일 오전에 은행에 다시 전화를 한 것은 대출 자제 요청을 총량규제로 오해해 대출을 전면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즉 은행들이 일상적인 대출 자제 요청에 일부러 과잉반응해 문제를 불거지게 하고 여론을 악화시키면서 감독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가는 이같은 해명에도 금감원이 대출총량규제를 적용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서둘러 거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서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으면 은행들이 대목에 급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겠느냐는 설명이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설정된 대출한도가 이미 당시 잔고보다 작았는데 스스로 그런 목표를 설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금감원과 은행 간에 형성된 통상적인 권력 관계로 미뤄볼 때 은행들이 이같은 '장난'을 쳤다가 어떻게 뒷감당을 하겠느냐는 상황 논리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대출 전면 중단, 전격 재개 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됐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최근 발생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총량규제를 한 것을 인정하면 법이 허용하지 않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 되고 이는 바로 현행범이 된다는 의미"라며 "범법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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