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시장이 조용하다. 이전처럼 지수가 오른다고 뭉칫돈을 던지는 사람도 드물고, 서둘러 투자한 돈을 빼내 지수가 폭락하는 일도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처절하게 당했던 경험 덕분에 크게 성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렇게 변한 투자자들의 모습은 최근 늘어난 증권사 투자자 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정채옥 증권업협회 투자자교육팀 과장은 “이전에는 고객들이 무조건 어떤 종목을 사면 되냐고 물었지만 이제는 관심 분야만 골라 들으면서 처음부터 내용을 경청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수준이 높아진 요즘,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이야기들일까? 증권사 인기 강사들의 ‘지수 1000시대 투자방법’ 알짜 내용을 살짝 들춰봤다.
▲ 주식형 펀드에 ‘(100-나이)%’만큼 투자하라=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이 요즘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금리가 함께 진행되면서 노후 대비가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으로 치우친 자산구조를 꼽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부동산 소유에 집착하는데, 이것이 노후를 보장해 주기 힘들 수 있다. 대신 자산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도록 금융자산을 자신의 몸에 맞게 갖추는 게 필요하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 장기 분산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주식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그는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를 권한다. 주식시장은 세계에 개방돼 있다. 이런 시대에 개인이 시황에 맞춰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개인이 그럴 시간이 있다면 본업에 충실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게 강 소장의 얘기다.
따라서 개인은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만 짠 뒤 적절한 간접상품을 고르라고 권한다. 포트폴리오는 비교적 간단히 짤 수 있다. 평균 조건이라면 금융자산 가운데 대략 100에서 나이를 뺀 비율만큼을 주식형 펀드로 보유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30살이라면 금융자산의 70%, 50살이라면 50% 정도가 적당하다. 나머지는 채권형 펀드와 은행상품으로 적절히 구성하면 된다.
구체적인 상품 선택이 어렵다면 믿을 만한 ‘금융 주치의’를 활용하라고 권한다. 요즘 은행, 보험, 증권사 등에선 이런 도움을 주는 자산관리사, 상품판매사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고르는 데도 안목이 필요하다. 강 소장은 자산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느냐 여부가 좋은 금융 주치의를 고르는 잣대라고 말한다.
▲ 목표수익률을 연 12~13%로 잡아라=이상훈 대투증권 상품개발팀장은 지수 1000을 넘어선 때엔 수익성 극대화보다도 위험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마치 종목을 고르듯 성격이 다른 여러 개의 펀드를 골라 넣어야 수익성도 높이고 위험 대비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적절한 기대 수익률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대략 주식형 펀드라면 연 12~13% 정도가 적절하다고 이야기한다. “투자자 교육을 받으러 오는 나이 많은 분들이라면 은행 금리 3배 정도의 수익률이 적당하다”고 이상훈 팀장은 조언한다.
이 팀장 역시 개인들은 펀드를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점차 주식시장이 우량주 중심으로 차별화가 진행될 텐데 개인은 이런 종목을 사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개인에겐 최선의 선택이다. 펀드를 고를 땐 과거의 화려한 성적보다는 변동성이 적은 것을 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
▲ 주식 비중 늘려 하반기 노려라=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투자자 교육 참가자 수도 많이 증가했고, 나이도 이전보다 많이 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옛날 같으면 예금이자만으로 생활을 했을 사람들이 금리가 떨어져 주식으로 관심을 돌리기 때문이란다. 홍 부장 역시 이런 저금리 시대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산소득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다소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때 대안이 되는 게 바로 ‘주식 투자’라는 것이다.
홍 부장은 지수 1000을 통과한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2~3달 동안 주식 비중을 늘려 놓으면 하반기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환율이나 유가의 위험도 대부분 정리되는 분위기고, 하반기엔 본격적으로 경기 회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면 주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 조금 먼저 움직이는 게 필요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주가수익률(PER)이 낮거나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을, 하반기를 위해선 정보기술(IT)주를 갖고 있는 게 좋다”고 홍 부장은 권한다. 후자를 택했다면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 기업실적 보고 투자하라=정종혁 엘지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차장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는 방법을 교육하는 ‘기본적 분석 강의’를 한다. 정 차장은 기업 가치의 기본은 영업실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기업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개인들은 증권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fss.or.kr) 등에 오르는 자료들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차장은 무엇보다 개인이 직접 종목을 발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라고 말한다. 현재 상장·등록된 기업들이 1500여개나 있는데 이 가운데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은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포괄하는 약 200개 기업 정도이다. 과거 주가수익률이 좋았던 기업들을 증권사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라, 개인들은 이 기업만 봐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밖에 개별 종목 주가 예측은 쉽지 않아, 정보 접근력이 떨어지는 개인들이 뜬소문만 믿고 매매할 위험이 크다. 기업 실적은 수익성과 성장으로 나눠 본다. 수익성은 영업이익으로, 성장성은 매출액 증가율로 보는데, 이 때도 같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파악해야 한다. 업종 성장성이 원래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기업의 업종 내 위치에 따라 선발기업이라면 좀더 프리미엄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부지런히 공부할 자신이 없으면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를 하라고 정 차장은 조언한다.
김윤지 <이코노미21> 기자
yzki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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