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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2 11:09 수정 : 2007.04.02 11:09

박해춘 우리은행장

“경쟁 대상은 국민 보다 신한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29일 박해춘 우리 은행장이 기자회견에 서 이렇게 말했다. 뜻밖이었다. 보통 2등인 조직인 1등을 따라잡기 위해 1등을 경쟁자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 조선맥주(하이트)가 OB맥주에 대해 그랬고, 미풍이 미원에 대해 그랬다. 그런데, 박 행장은 국민은행 대신 신한은행을 꼽았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자산규모를 186조5천억원으로 불려, 177조원 규모의 신한은행을 제쳤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은 181조원으로 우리은행 177조원 보다 앞섰다.

박 행장은 그 이유로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들었다. “신한지주는 점포 3개 250명 갖고 시작해 3만9천명의 회사로 만들었다. 최강의 금융지주회사로 성장시킨 리더가 라응찬 회장인데, 그분의 리더십과 강한 기업문화가 경쟁력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으로선 별로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자산규모 211조원, 지난해 2조4천억원의 순익을 낸 국민은행을 제치고 신한은행을 꼽았으니 말이다.

물론 박 행장은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 갖고 있다. 과거 3년 동안 주가를 보면 (강 행장은 국민은행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만들어 놓았다.…”라는 말로 강 행장의 체면을 세워주기는 했다.

마침 이날 강 행장은 새로 국민은행을 출입한 기자 10여명과 함께 점심을 같이 했다. 그날 점심때도 박 행장이 경쟁상대로 ‘국민’이 아닌 ‘신한’을 꼽은 것이 화두였다. 강 행장은 말을 아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박 행장이 강 행장에 대해 ‘유연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강 행장이 생각하는 박 행장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잠시 생각하던 강 행장은 “그분은 참 유니크(unique) 한 분인 거 같습니다. 은행 경험은 없지만 보험과 카드와 같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앞으로 박 행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같기도’ 같은 말이었다. 칭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다양한 경험이 강점이라는 것인지 은행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말한 것인지, 그 의미는 ‘유니크’라는 단어에서 풀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유니크라는 말에는 ‘훌륭한, 굉장한’이라는 뜻도 있지만, ‘별난’ 뜻도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시 기자회견으로 거슬러 올라 가보자. 박 행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기(우리은행)는 기업금융을 주로 해 본 은행이고,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이 기본이 됐는데…위기를 극복하고 자생적으로 살아남은 조직이기 때문에 맨파워(우수인재)가 강점이다.…”

박 행장이 국민은행을 경쟁자로 말하지 않는 데는, 좋게 말해 타킷 시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치중하지만, 우리은행은 기업고객도 많이 상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하나는 국민은행 쪽이 기분나쁠 수도 있는 것인데, 우리은행은 맨파워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우리은행 직원들이 자주 하는 말을 예로 들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일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우리은행 직원들은 “과거에는 기업금융을 해야 금융을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국민은행이 잘 나가지만 때를 잘 만난 것 뿐이다”라는 말을 한다. 물론 국민은행 직원들은 “은행도 기업인데 기업경영을 못해 국민의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 직원들이 ‘옛날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었다’는 식으로 유치한 자존심을 세운다”며 폄하해 버린다.

물론 강 행장의 말도 거꾸로 뒤집어 보면, “은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경영을 잘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여하튼 두 CEO가 앞으로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일 것 같다.

덧붙임: 그날 점심 때 강 행장은 이날 나온 얘기들을 기사로 쓰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기자들이 그렇다면 재미있는 얘기라도 해달라고 하자, 다섯개의 유머를 얘기했습니다. 그중 3개를 올립니다. 답은, 비보도라서, 궁금하시면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1.사과를 한입 베어물면 어떻게 될까요? 한입 베어물은 사과를 한 입더 베어물면 어떻게 될까요?

2.이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3.탤런트 김지우씨가 기르는 개 이름은?

정혁준 <한겨레> 정책금융팀 기자 june@hani.co.kr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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