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3 09:30
수정 : 2007.05.13 09:30
초기 가입자 잔존비율 2% 안팎
증시가 랠리를 거듭하면서 3∼4년 만에 `몸집'을 2배 이상 부풀린 고수익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펀드는 설정 6년여만에 500%가 넘는 수익을 창출, 펀드 투자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조금 올라도 복리효과로 인해 누적수익률이 크게 높아지는 장기 펀드투자의 마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펀드 설정 초기에 가입한 뒤 줄곧 계좌를 유지해 장기투자가 맺은 `과실'을 고스란히 향유하는 투자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1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2월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주식형펀드' 계좌 1만2천633개 가운데 가입한지 6년이 넘은 계좌는 159개로, 전체의 1.26%에 불과했다.
이 펀드의 6년 누적수익률은 565%에 달하지만 가입자 400명 중 5명 만이 `대박'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또 5년 이상 6년 미만 계좌와 4년 이상 5년 미만 계좌도 각각 233개(1.84%), 157개(1.24%)에 그쳐 고수익(누적수익률:5년 256%, 4년 292%) 수혜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3년 이상 4년 미만 계좌는 3천441개로 27.2%를 차지했다. 3년 누적수익률은 164%.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1년 7월 설정한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입 5년이 지난 계좌는 520개로, 전체 계좌 1만5천243개의 3.4%에 그쳤다.
또 4년 이상 5년 미만 계좌는 340개(2.23%), 3년 이상 4년 미만은 648개(4.25%)로 그리 많지 않았다. 이 펀드의 기간별 누적수익률은 5년 250%, 4년 176%, 3년 193%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투신운용이 2002년 11월 출시한 `삼성웰스플랜80주식투자B1'의 경우 4년 누적수익률 165%를 자랑하고 있지만 4년이 넘은 계좌는 1만6천770개 가운데 0.44%인 74개에 불과했다.
또 한국투신운용이 2003년 12월 출시한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 ClassA'의 경우 3년간 누적수익률이 145%에 달하지만 3년 이상된 계좌는 전체 5천543개 가운데 117개로 2.11%에 지나지 않았다.
대한투신운용이 2002년 3월 내놓은 `대한클래스원블루칩바스켓주식형펀드'도 전체 8천60개 계좌 가운데 5.64%인 455개 만이 108%(3년 누적수익률)의 고수익을 실현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올 들어 펀드 환매가 대거 진행된 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펀드투자문화가 장기투자와는 아직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자산배분 차원이 아닌 6개월∼1년간의 단기 수익에 치중하다 보니 장기 펀드투자가 주는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펀드 가입자의 잔존비율이 낮은 것은 판매사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고객들에게 펀드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장기 펀드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펀드 판매사의 판매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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