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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홍수시대’가 낳은 온라인 풍속도
목록 올려놓고 누리꾼 평가 요청지름족·단타족 등 투자행태 다양
정보 교환 좋지만 옥석 가려내야 정기적금으로 3년간 모은 돈을 펀드에 넣기로 결심한 박진환(32·직장인)씨는 얼마 전 자주 가는 재테크 사이트에 자신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현재 가입하고 있는 펀드들의 목록과 가입기간, 수익률은 물론 현재 여윳돈의 규모와 새로 가입하려는 펀드 목록을 정리해서 띄웠다. ‘제 펀드 포트폴리오 좀 봐주세요’라는 제목이 붙은 박씨의 게시물에는 1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현재 가입한 펀드의 자산배분비율에 대한 평가부터 새로 가입하려는 펀드와 기존 펀드의 차이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자신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인터넷에 공개해 자문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펀드 정보를 다방면에서 얻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박씨는 “우수 고객이 아닌 이상 증권사나 은행에서 나의 재무상태를 따져가면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힘들더라”면서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더라도 경험이 있는 펀드 가입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펀드 목록 공개하는 이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자산배분이 제대로 돼 있는지 점검하려는 이들이다. 2004년부터 분 펀드 바람에 이미 몇 개 펀드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지금의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된 것인지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년 전 국내 주식형 펀드 2개와 저축은행 적금 1개에 가입한 주부 전미영(30)씨도 펀드 포트폴리오 점검 차원에서 인터넷에 목록을 공개했다. 전씨는 “펀드가 좋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얼떨결에 가입했었다”면서 “지금도 수익이 좋긴 하지만, 좀더 계획적으로 투자하고 싶어서 공개했다”고 말했다. 펀드에 처음 가입하는 초보자들이 가상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추천받은 펀드를 중심으로 스스로 설계를 해본 뒤 의견을 묻는 것이다. ‘펀드로간다’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김아무개(29)씨 역시 몇 군데서 들은 정보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게시판에 올렸다. 김씨는 “적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몇 년씩 부을 건데, 판매사의 홍보만 믿기보다는 자기 발로 뛰어서 정보를 모으는 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 펀드 가입자 백태= 펀드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른바 펀드 ‘지름’(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 나온 펀드를 마구잡이로 들다 포트폴리오가 엉망이 됐으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물펀드를 비롯해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펀드가 등장하면서 ‘이것 저것 들다보니 10개가 넘어버렸어요.’ ‘어떤 걸 쳐내야 할지 도움을 주세요’ 등의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어떤 펀드가 가장 환매하기 쉬운지 묻는 질문들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은 장기 투자상품인 펀드를 길어야 1개월, 짧게는 며칠 만에 팔아버리는 이른바 ‘펀드 단타족’들이다. 실제로 상담 게시판에는 ‘단타에 적합한 펀드를 추천해달라’거나, ‘펀드 단타로 이만큼 벌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입하려는 펀드의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지만, 정보를 선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발품을 팔아 투자하려는 펀드 정보를 풍부하게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펀드는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것인 만큼 다른 사람의 의견에 우선해서 자신의 투자성향과 재무상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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